meskon.tistory.com으로 이사

안녕하세요

mesk입니다 :-)

 

오랜만에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예전에 운영했던 블로그인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기뻐요 :-)

 

현재까지 간간히 독자분들이

DM이나 댓글 등으로 작품에 대해 문의를 주셔서

이전 작품들을 모아둔 포스타입을 새로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

 

앙스타 관련 완성작들은

아래 사이트에서 열람하실 수 있도록 올려두겠습니다.

 

https://mesk-backup.postype.com/

 

운영했던 블로그가 많아 글들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데,

이번 기회에 한 공간에 모아보려고 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스레형식의 글입니다 ^ㅇ^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혼끼

내용은 제목대로.


2. 혼끼

재밌는 썰이라 혼자만 알고 있긴 좀 아까워서 스레 세워 봐. 혹시 들어볼 사람?


3.

간만에 재밌어 보이는 스레다~ 하하~ 막힘없이 풀어줬으면 해~! 제대로 듣고 있으니까~!


4.

와하하하핫~! 뭔가 작곡에 좋은 영감을 줄 것 같은 느낌이 풀풀나☆ 들을래 들을래~!


5.

>3,4

이야기를 듣고 있는 놈들이 하나같이 요란스럽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좀 더 격식을 갖춰 듣도록 해라.


6. 혼끼 

그렇게 격식차려 들을 이야기는 아니라고 5씨ww. 그냥 가볍게 들어줬으면 해. 


7. 

얼른 본방 시작하지? 아까운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엄~청 짜증나니까.


8. 혼끼

알겠어. 일단 상황 설명부터 할게. 


9. 혼끼

나는 남자고교생. 스쿨아이돌을 하고 있고, 내 자랑을 늘어놓자면 2박 3일로도 모자르지만 나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므로 내 설명은 생략할게.


10. 혼끼

스쿨아이돌이라고 했지만 취미라고 하기엔 좀 규모있게 활동하고 있고. 여하튼 우리 유닛은 4인조 남자그룹인데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간 신상에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설명은 간단히만 할께. 양해 부탁해. 


11. 

어디 학교 소속인지 궁금하지만, 일단은 입 다물고 있을게.


12. 혼끼

우리 유닛은 가장 연장자이자 리더인 S씨를 필두로, 나, K군, A군이 활동하고 있어. 화기애애한 유닛은 아니지만 자유분방한 편이 우리 팀의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 


13. 

그래서 누가 누구랑 사귄다는 거냐?


14.

정황상 왠지 그룹 내에서 두 사람이 비밀연애 한다고 할 것 같은데...


15. 혼끼

>14

정답. 비밀연애중이라는 두 사람이라는 건 리더인 S씨와 K군에 관한거야. 


16.

와하핫! 비밀연애! 은밀함! 좋은 악상이 떠오르고 있어☆ 좀 더 이야기를 풀어줘 영감의 스토리텔러씨!☆


17.

그럼 남자끼리 연애하는 거구나. 혼끼씨나 같은 유닛의 A군은 그런 데에는 거부감이 없는거야?


18. 혼끼

A군은 좀 눈치가 둔한 아이니까 아마도 아직 두 사람이 사귀는지 눈치 못챘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두 사람이 사귀는 거 완전 환영이야. 그야 여성을 차지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유력한 경쟁자가 없어지는 거니까.


19.

속물이구나 혼끼는.


20.

축하하는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이다. 


21. 혼끼

솔직한 거라고 해줘(ノ﹏ヽ)


22.

S씨랑 K군은 원래부터 좀 친했어? 


23. 혼끼

음. 친했냐고 하면.. K군이 S씨만 보면 아주 못 죽여 안달인 관계였다고 해야하나. 물론 진심으로 독기를 품고 한 행동은 아니고 그거 있잖아. 너무 좋아서 괜히 틱틱되고 그러는 그거.


24.

츤데레?


25.

츤데레구나?


26. 혼끼

아 맞아 츤데레ww. 잠깐 단어가 생각 안 났네. 다들 고마워. 


27.혼끼

내 생각에 K군은 극강의 츤데레라고 생각해. S씨한테 항상 이러쿵 저러쿵 시비 걸면서 S씨가 하자는 건 또 착실해 해내고. S씨가 칭찬해주면 기뻐서 얼굴이 헤벌쭉해지는 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고.


28.

그럼 K군이 S씨를 짝사랑 했던 거네?


29.

K군 귀엽다. 애인 삼고 싶어. 


30.

그 K군이라는 애.. 반바지는 잘 어울리나?


31.

>30

넌 뭔데 여기서 네 취향 고백이야wwwww


32. 혼끼

>30

음. 아무래도 170이 넘는 건장한 남자애라 반바지가 어울리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33. 

쳇. 


34.

>33

아쉬워 하지마 이자식! 


35.

>33

경찰아저씨! 여기입니다!


36.

이야기가 조금 딴 데로 새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말야 혼끼. K군의 열렬한 짝사랑이 S씨에게 닿아서 둘이 연인이 됐다~는 스토리야?


37. 혼끼

음. 사귀게 된 경위까지는 모르겠지만 S씨도 K군에게 마음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38. 혼끼

그야 K군의 성격으로 보건데 고백은 절대로 S씨가 먼저 했을 거거든. 아마 서로 좋아하고 있던 거겠지. 


39.

S씨는 어떤 사람인데?


40. 혼끼

S씨는 뭐랄까. 남자가 봐도 멋지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멋진 사람이야. 분하지만. 평소엔 영감님처럼 느긋느긋한 성격인 것 같지만, 뭐랄까 그 유함 속에 맹독을 감추고 있는 느낌이랄까.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야. 한 때는 한 성깔 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41.

그럼 S씨랑 K군이랑 사귀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42.

핑크빛이구나.. 나만 빼고..


43. 혼끼

몇가지 일이 있는데... 뭐부터 말할까. 

우선은 어느 날 부터 두 사람의 네 번째 손가락에 똑같은 디자인의 반지가 끼워져있다는 것 부터 말할게.


44.

wwwwwwwwwwwwwwwwwwwww아 너무 티나잖아.


45.

둘이 비밀연애 하지 말라고 해www 진심으로 걔넨 비밀연애에 소질 없는 것 같다www


46.

스레제목이 너무 적절했다. 진짜 티나게 연애하네wwww.


47. 혼끼

그치ww. 내가 괜히 확신하는 게 아니라고


48.

그래서 그 반지에 대해 물어봤어?www


49. 혼끼

그 땐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걸 몰랐을 때라, 그냥 지나가는 말로 "어? K군? S씨랑 똑같은 반지끼고 있네?"라고 물어 봤었어. 


50.

아 K군 반응 너무 궁금해.


51.

얼른 이후의 상황을 말해 달라는 것이다.


52.

K군 츤데레니까.. 엄청나게 부정했겠지?


53. 혼끼

그 때 K군이 "우, 우연히 똑같은 걸 샀을 뿐이야! 착각 하지마!"라고 얼굴이 새빨개져서 대답하는 거야. 좀 특이한 모양의 반지이긴 했는 데, 그 땐 둘이 사귄다는 걸 잘 몰랐을 때라 그냥 그런가~하고 넘겼어. 생각해보니까 그거 절대로 커플링이지만.


54.

그 시점에서 둘이 사귀는 걸 눈치채지 못한 혼끼도 조금 눈치가 둔한 듯?


55.

츤데레는 마음의 양식..(*゚∀゚*)


56. 혼끼

원래부터 K군이 S씨를 동경의 의미로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 그 때도 그냥 그런 건 줄 알았지. 여하튼 둘이 사귀는 걸 알게 된 건 그로부터 조금 더 뒤야.


57. 혼끼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부끄럽지만, 우리 유닛은 꽤 인기가 많은 편이어서 당연히 팬으로부터 이런 저런 선물이 막 오거든. 그 중에서는 당돌하게 고백같은 거 해오는 아이들도 있고. 그게 아이돌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지만~


58.

역시 어딘지 의도가 불순해 혼끼씨.


59.

본인 말대로 솔직한 거라고 해야하나..


60. 

근데 그 선물들이랑 두 사람이 사귀게 된 걸 알아 차리게 된 거랑은 어떤 관련이 있는데?


61. 혼끼

어떤 귀여운 팬아이가 S씨에게 대형쿠션을 하나 선물했거든. 그게 안자마자 잠이 솔솔 올 정도로 촉감이 좋아. S씨가 선물 받은 걸 시험 삼아 써보고서 같은 걸 나도 하나 구매했을 정도니까.


62. 혼끼

S씨도 그 쿠션을 되게 마음에 들어했어. 

원래 S씨가 잠이 많아서 곧잘 K군을 껴안고 꾸벅꾸벅 잘 잤는데, 그 쿠션이 생기자마자 S씨가 K군대신 쿠션을 껴안고 졸기 시작하는거야.


63.

설마 쿠션한테 질투하는 건 아니겠지 K군wwwwwwwwwwwwww


64.

무생물한테까지 질투하지 말라고 이 리얼충들!


65.

커플들 다 죽었으면...


66. 혼끼

여러분들의 예상대로가 맞습니다.

K군이 S씨가 선물받은 쿠션을 질투했습니다. 


67. 혼끼

그런데 K군 성격이 워낙 부끄러움이 많아야 말이지. 

S씨한테 솔직하게 안 말하고 괜한 쿠션한테 화풀이를 한 거야. 


68.

무슨 만화 캐릭터같잖아 K군 wwwww


69.

이야기만 들으면 너무 귀여운데 실제로 K군 같은 애가 옆에 있으면 좀 피곤할 듯.


70. 혼끼

실수인 척 일부러 쿠션을 더럽혀서 버려 버릴 속셈이었나본데, 불쌍하게도 K가 쿠션에 커피를 부어버리던 순간에 S씨랑 내가 부실에 들어서 버린거야. 결국 현행범으로 걸린거지 뭐.


71.

헉! 두둥! 드라마 전개!


72.

질투해서 한 건 귀엽지만 역시 내가 S씨면 좀 화날 듯 www


73.

K군 놀랐겠다.


74. 혼끼

실제로 그 때 S씨도 좀 빠직하는 거 같았어. 얼굴은 어느 때와 같이 웃고 있었지만, 살벌하게 낮게 깔린 저음으로 "잠시만 나가 있어 주겠나 혼끼군?"하면서 나한테 명령 아닌 명령을 했으니까.


75.

그래서 혼끼는 밖으로 나갔어?


76. 혼끼

일단 나도 살고 봐야지.


77.

wwww혼끼 K군을 변호해 줘야지! 불쌍하잖아!


78. 혼끼

하지만 진심으로 S씨가 화내면 무섭고.. 

그래도 나도 K군이 걱정 돼서 문에 귀를 대고 유심히 듣고 있었다고. 혹시라도 K군이 위험해지만 뛰어들 생각으로.


79. 혼끼

그렇게 숨죽이면서 문 안의 상황을 엿듣고 있는 데 S씨가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한 거야. 왜 이랬냐고. 뭔가 차분한 말투였지만 문 밖에서 듣는 나도 오싹해질 정도로 무서웠어,


80.

얼른 K군을 지켜줘!


81. 

K군 은근 혼나는 데 면역력 없을 거 같은데.


82. 혼끼

K군 처음에는 실수일 뿐이라면서 막 반박했는데 S씨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83.

원래 말이 없을 때가 더 무섭지.


84.

맞아. 차라리 혼나면 덜 무서울텐데. 나도 어릴 때 엄마가 혼내는 것 보다, 말 없이 쳐다보는 게 더 무서웠어. 진실을 꿰뚫어 보는 눈이랄까.. 그런 거 진짜 무섭지.


85. 혼끼

K군은 아무래도 내가 밖에서 다 듣고 있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었던지 갑자기 "이게 다 네 녀석 때문이잖아!"하고 소리를 빼액 지르더니 훌쩍 거리기 시작하는 거야. 

야단났다~생각해서 내가 문을 열고 들어 가려는데 K군이 또 소리를 질렀어. 


"이딴 쿠션이 좋으면 나 말고 이 쿠션이랑 사귀던가!"라고.


86.

wwwwwwwwwwwwwwwwwwwww아 K군 매력있어


87.

츤데레의 정석을 몸으로 실현하시는 분.


88.

K군 팬클럽 만들자. 내가 회장할래.


89.

>88

S씨한테 맞는 거 아니야?


90.

>89

헉. 그럼 부회장할래.


91.

리얼충들 초우자이.


92. 

그나저나 문 열고 들어가려는 데 순간 혼끼씨 우뚝 멈췄을 걸 생각하니 웃긴다.


93. 혼끼

92의 말대로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문고리를 돌리 려던 손을 멈추고 계속 그대로 서있었어.


94. 

www그래서 S씨랑 K군은 어떻게 됐는데?


95.

아무래도 K군이 우니까 S씨도 당황했던지 달래주더라고. 그 뒤로는 잘 모르겠어. 두 사람이 사귄다는 거에 조금 충격 받아서 여자애랑 데이트 약속 잡아버렸거든~.


96.

충격받은 거랑 여자애랑 데이트 약속 잡은 거랑은 대체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거야wwwwww


97. 혼끼

아마도 둘이 잘 해결되는 분위기였고. 딱히 문 밖에 있어 봤자 내가 더이상 할 일은 없어보여서 시간을 좀 더 유용하게 활용 했을 뿐이야~.


98.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혼끼는 정말로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99.

여자 밝히다 대머리 된다


100.

>99

여자가 아니라 공짜 아니야?


101. 혼끼

여하튼 그 쿠션은 그 이후로 안 보이게 되었으니까. 아마도 어떻게 잘 처리한 거지 싶어. 덕분에 다시 S씨의 전용쿠션이 된 K군은 "떨어져!"라면서 성질내긴 하지만. 사실은 다시 S씨의 전용쿠션이 되서 안심한 거 아닐까. 


102.

K군이 쿠션자리를 되찾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03.

재취업했군.


104.

이정도면 그냥 우리 연애하고 있소~라고 광고하는 꼴 아니야?wwww


105.

K군은 아직도 다른 사람한테 안 들킨 거라고 생각한건가. 너무 하찮고 웃겨ww


106. 혼끼

아마 S씨는 내가 눈치챈 걸 진즉에 알고 즐기는 거 같지만.. K군은 정말로 모르고 있을걸. 그도 그럴게 엄청난 부끄럼쟁이라서 들켰다고 생각하면 한동안 학교 안 나올지도 몰라. 


107. 혼끼

그래도 K군을 놀리는 건 재밌어서 종종 떠보고 있어.


108. 혼끼

저번에 지방으로 행사를 갔을 때의 일인데 말이야.. 혹시 더 듣고 싶어?


109.

혼끼 이녀석. 적절히 애태울 타이밍을 아는 구나.


110.

우리랑 밀당하지 말라고! ww


111. 혼끼

그럼 잠깐 전화 좀 받고 와서 이어쓸게. 

얼마 전에 번호 교환한 여자아이한테서 전화가 오고 있거든~.


112.

인기남이라는 거냐.. 부럽다..


113.

초우자이


114.

빨리 다녀와라 인기남~! 기다리고 있겠다~!











*제가 대체 멀 쓴걸가요,, 그건 저희 집 영양바도 모릅니다,,하하,,

(오늘 저녁으로 영양바 2개 먹었어요~!) 스레형식글은 제가 잘은 못쓰지만 그래도 쓰면서 다중인격을 체험해 볼 수 잇어서 즐거워요,,(?) 과연 뒤편이 나올가요,,하하,,,



*흑,, 언댓도,,,자켓 앨범 보셧나요,,,? 너무 아름답고 영롱하고,,

레이코가 쓰려고 맘 먹은 도중에 자켓봐버려서 레이코가 뽕이 500만배 더 차버렷습니다,, 코가,,,코가,, 반팔,,,,,코가야,,,,(누나가 많이 사랑해,,,,)


https://goo.gl/forms/UiZRULM3qdATOdkA2


헤헤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



   







     내가 왜 여기 앉아있지.

    "맛있게 드세요."라고 생긋 웃은 채 미도리와 제 앞에 먹음직스러운 과일파르페 두 개를 놓아 주는 카페 점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치아키는 수행하는 부처와 같은 깊은 고뇌에 빠졌다. 

    

    물론 갑자기 파르페가 미친 듯이 땡겨서 이 카페에 온 건 아니다. 그러니까 왜 이런 상황까지 왔냐하면, 치아키는 저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며 학년은 저보다 두 학년 아래인 '학교의 왕자님' 타카미네 미도리가 남자끼리 이러쿵 저러쿵 연애하는 종류의 만화책을 좋아한다는 일종의 비밀(?)을 알아버리게 된 것이 계기였다. 


    치아키에게 비밀을 들키자마자 바로 무섭게 돌변한 미도리의 표정에 바짝 쫀 치아키는 '자신도 이런 것을 좋아한다'며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쳐버렸고, 그 말에 미도리는 치아키를 자신과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는지 흉흉해졌던 표정을 펴곤 길거리에서 교리를 전도하는 종교인마냥 환하게 웃으며 '깊은 대화를 나눠보자'며 서점 근처에 있는 이 카페에 치아키를 막무가내로 끌고 왔던 것이다. 


    치아키는 길가다 사이비에게 걸린 선량한 시민이 된 기분이었다. '깊은 대화를 나눠보자'며 끌고 온 꼴이 딱 '도를 아십니까'의 상황과 비슷한데도, 제가 뱉어버린 말이 있는지라 치아키는 이 상황을 섣불리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치아키는 '도를 아십니까?'라고 접근해 온 사람에게 '네! 저도 도 좋아해요!'라고 스스로 당당하게 말한 꼴이었으니 말이다. 치아키는 낮게 한숨을 쉬며 손을 들어 제 입을 툭툭 쳤다. 요 입이 문제지. 요 입이 문제야. 


    그래도 파르페는 미도리가 계산했던지라, 치아키는 '그래. 나는 지금 공짜파르페를 얻어 먹고 있는거야'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스푼을 들었다. 하지만 파르페의 맨 위에 동그랗게 얹어져 있던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미처 한 입 퍼먹어 보기도 전에, 불쑥- 미도리의 듣기 좋은 미성이 치아키를 향해 말을 걸었다. 물론 뒤에 쏟아지는 말의 내용은, 그 미성과는 언발란스하게 안 맞았지만 말이다.  


    "가장 좋아하는 물은 어떤거예요? 혹시 따로 좋아하는 작가님은 있어요? 좋아하는 작품은요? 혹시 그것도 아니면 2차창작을 더 좋아하시는 쪽인가? 저는 둘 다 좋아하거든요! 좋아하는 공수타입은요?"


    제발 질문은 하나씩 해줘! 

    세상에서 제일 말빠른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생각인 건지 쉴새없이 줄줄이 소세지마냥 질문을 쏟아내는 미도리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치아키는 뇌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었다. 


    대체 '물'은 무엇이며, '2차창작'이란 것은 무엇이며, 공수타입은 또 무어란 말인가.요새 젊은이들의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해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하고 손가락만 빨게 된 중장년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치아키는 뭔지 모를 일종의 패배의식마저 느꼈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서 아, 아직은 그런 것들까진 잘 모르겠어!"


    '방금 전에 알았다! 하하! 그리고 사실은 관심도 없어!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하지만 이미 자신과 치아키를 동류라고 생각하곤 기쁜 듯이 입을 나불대고 있는 상대에게 그렇게 모질게 말할 잔인한 성격은 아니었던 지라, 치아키는 적당히 센스를 발휘해 미도리의 말을 받아쳐주었다.


    아이스크림 녹겠다. 치아키는 점차 흐물흐물해지는 아이스크림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이젠 정말 먹어야겠다면서 아까 놓았던 스푼을 다시 손에 들었다. 그러나 미도리는 파르페는 여전히 먹을 생각이 없는 것인지 녹고있는 파르페는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제 가방을 뒤적이다가 만화책 하나를 꺼내 치아키 쪽으로 스윽 밀었다. 


    "…아, 그러시구나. 그, 그럼 이거, 제가 엄청 좋아하는 작품인데 괜찮으시다면 빌려드릴까요?"


    아무리 봐도 절대 평범한 친구사이는 아닌 것 처럼 보이는 두 남자 캐릭터가 치아키를 향해 웃고 있는 표지였다. 치아키는 '이 책도 그런 류겠구나'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만화책이라곤 아주 가끔가다 만화방에 가서 히어로물을 보는 게 전부였던 치아키는 갑자기 들이닥친 신문물에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그렇다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 보고 있는 후배의 기대를 배반할 수도 없던지라 미도리가 추천한 만화책을 집어 가방에 넣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맙구나! 하하. 잘 보고 돌려줄게."

    "그, 근데요… 저, 저기 버, 번호 좀"

    "번호?"


    우물쭈물 저에게 핸드폰을 건네는 미도리를 보며 치아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치아키가 되묻자 당황한 미도리는 익힌 당근마냥 얼굴이 붉어져선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그, 그러니까! 만화책을 돌려 받으려면… 마, 만나야 하니까… 혹시 싫으신거면…"

    "아! 그렇구나. 미안! 그걸 생각 못했네. 여기다가 번호 찍으면 되는거지?"

 

    치아키는 미도리의 핸드폰에게 핸드폰을 건네 받아 키패드에 자신의 번호를 찍어 다시 미도리에게 돌려주었다. 어쩐지 조금 감동한 것 같은 얼굴로 잠시동안 액정을 빤히 쳐다보던 미도리는 "그, 그럼 나중에 후, 후기 들려주세요…!"라고 말을 덧붙여 치아키를 다시 괴롭게 만들었다. 


    얘가 이런 캐릭터였던가. 역시 사람은 외모만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며, 치아키는 작게 한숨 쉬었다. 


 



 







    "헉! 번호까지 따내다니! 미도리군 완전 남자답구료!"

    "이제 사귀는 건 시간문제지 않겠슴까!"


     시내 약간 구석진 곳에 위치한 한 카페. 귀여움이 테마인 것인지 이곳저곳 핑크계열의 아기자기한 물품들로 잔뜩 꾸며진 이 카페에서 아까부터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 있는 남학생 셋은, 아무래도 같은 학교는 아닌지 각자 다 다른 디자인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셋 중 가장 키 큰 남학생의 이름은 타카미네 미도리. 이 일대의 Y고등학교에서 왕자님으로 소문난, 그 소년과 동일인물이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미도리와 중학교 시절 동창으로 각각 센고쿠 시노부, 나구모 테토라라고 하는 인물. 이 셋은 중학교때 서로 마음, 아니 BL정신이 맞아 친해지게 되었고, 비록 고등학교는 각각 갈렸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연락하며 무슨 일이 생기면 꼬박꼬박 만나는 것으로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사교성이 없어 주변에 친구가 적은 미도리에겐 이 둘은 거의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 아냐! 그, 그냥 평범하게 번호교환 했을 뿐인걸. 너, 너무 비행기 태우지마…"


    어제 치아키와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테토라와 시노부에게 보고한 미도리는, 둘의 격렬한 반응에 아까부터 몸을 베베꼬며 부끄러워하고 있었지만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무척이나 행복해서, 미도리는 어제부터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치아키의 번호를 몇번이나 들여다 봤는지 모른다. 


    미도리가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수줍어 하자 시노부와 테토라는 옆에서 더 바람을 잡아댔다. 


    "원래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소! 번호까지 땄으면 이미 반은 훨씬 넘은 것이구려!"

    "…정말?"

    "물론이오! 이 센고쿠 시노부! 닌자의 명예를 걸고 말하는 바오!"

 

    안타깝지만 겨우 이딴 걸 말하는 데 닌자의 명예씩이나 거는 시노부의 행동에 태클을 걸 상식인은 이자리에 없었다. 테토라마저도 번호를 땄으면 사귀는 건 시간문제라고 옆에서 부채질을 해오니, 미도리의 두 뺨은 당장 터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붉게 달아 올랐다. 

    

   "근데 아직도 그 분은 미도리군을 기억하지 못함까?"


    불현듯 생각난 테토라가 미도리에게 물었다.






@재밌고 사랑스러운 글을 쓰고 싶은데,,, ;__;) 제 맘처럼 쉽지가 않네요.

유성대 1학년즈를 쓸때는 매번 걸즈토크 장면을 써서 그런지 늘 즐겁습니다 ㅋㅋㅋ,,옆집사쿠마님을 빨리 쓰고 이것도 2월에 열리는 행사에 들고가고싶은데 ㅠㅠㅠ 개강 ㅠㅠㅠㅠ 흑,,,제가 할 수 잇을가요 ㅠㅠㅠ

@언제나 그렇듯 오타같은 건 ,,, 수정을 안합니다,,,회지로 낼때 고치겟습니다,,

@약간(??)의 캐붕이 있긴 하지만,,, 스토리 진행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고 변명해봅니다 흑흑. 미도리가 여기선 되게 쑥쓰쑥쓰 순둥순둥한 애로 나오내요,,





*BGM과 함께 읽어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어딜가나 월등하게 잘난 놈은 눈에 띄길 마련이다. 공부를 잘하건, 운동을 잘하건, 성격이 좋건 그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말이다. 게다가 그 '잘남'이 겉으로 나타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면 그 가치는 곱절이 되는데, 그래서인지 치아키는 종종 점심시간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농구코트 쪽 계단에 앉아 깨작깨작 도시락을 먹는 남학생에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눈길이 가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짙게 그늘 진 울타리 아래에 앉아 있는데도 그 소년의 얼굴에서만큼은 늘 빛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좀 더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무진장 잘생긴 소년이었다. 종종 치아키가 그 얼굴을 흘깃거리다가 같은 팀에게 농구공을 패스하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려 팀원에게 군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말이다.


    빨간색 넥타이. 일학년일텐데 키는 대충 어림잡아도 저보다 더 커보였다. 농구부에 들어오라고 권유해볼까-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가끔가다 농구코트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에는 별로 농구에 대한 흥미가 없어보여 치아키는 관두었다.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로다가 농구를 하라고 은연중에 압박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년의 이름은 궁금해서, 어느날 창가자리에 앉아 운동장을 내려다보던 치아키는 다음이 체육시간인지 운동장에 나와 구호에 맞춰 몸을 풀고있는 일학년들 틈바구니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소년을 발견하곤 곁에 있던 반 친구에게 "쟤 알아?"하고 떠보듯 물었다. 동급생은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는 "타카미네 미도리잖아."하고 술술 그 이름을 불었다. 별로 물어보지도 않았던 부가적인 정보까지 재잘재잘 늘어 놓으며 말이다. 


    "우리 학교 왕자님이잖아. 개학하고 쟤한테 고백한 여자애들이 족히 백은 넘을걸?"

    "왕자님?"

    "잘은 몰라도 엄청 유명한 대기업의 외동아들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얼굴이 반반해서 그런지 인기도 많아서 일주일도 못가서 여자를 갈아 치운다더라. 이미 중학교때 사고쳤다는 소문도 있고."

    "그럴 애는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보통 대기업의 외동아들이 점심시간때 몰래 숨어 도시락 같은 걸 먹나? 치아키가 이상하다는 듯 작게 반박했지만 동급생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겠어?"하고 어깨를 으쓱이다가 곧 "음악실이나 가자"며 치아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아, 다음이 음악시간이었구나. 칠판 옆에 걸린 시간표를 바라보며 급히 음악 교과서를 챙긴 치아키는, 창밖 너머로 소년을 한 번 더 흘깃거리다가 빨리 오라고 저를 재촉하는 친구의 목소리에 잰걸음으로 교실 밖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소년을 봤을 때는 어째선지 소년과 눈이 마주친 것 같았지만, 다시 확인해 보기에는 남은 쉬는시간이 너무나도 짧았다. 








    
    기본문제가 많은 문제집으로 살까, 응용문제가 많은 문제집으로 살까. 

    오픈한 지 별로 안 된 오전 시간이라, 서점 안은 한산하기만 했다. 올해 대입을 앞둔 삼학년인 치아키는 서점에서 가장 목 좋은 곳에 위치한 문제집 코너에서 벌써 십여분째 수학문제집 두 권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도통 결론이 나질 안났다. 두 권을 다 사자니 다 풀진 않을 것 같아서 돈이 조금 아깝고. 직원한테 추천 받을까-싶어서 직원을 찾기 위해 서점을 훑던 치아키는, 서점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만화책 코너에서 낯익은 뒷모습을 발견하곤 눈을 꿈뻑였다. 


   보드라운 흰 크림을 조금 섞은 것 같은 부드러운 연갈색의 머리칼,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중학생이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잘 완성되어 있는 균형잡힌 몸. 치아키는 저런 사람을 딱 하나 알고 있었다. 저보다 두 학년 아래의 타카미네 미도리. 소문에 의하면 대기업 외동이기도 하고, 여자를 매주 갈아치우는 방탕아이기도 하고, 무슨 조직과 연관이 되어있기도 하다는 그 소년 말이다. 


   그래도 뒷모습만으로는 확실히 그 아이라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치아키는 남자의 옆모습을 확인해 볼 겸 들고 있던 문제집을 내려놓곤 느릿하게 만화책 코너로 향했다. 도둑질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남자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엔 조심스러움이 묻어나왔다.


    혹시 누가 훔쳐 보기라도 할까 경계하는 것처럼 만화책을 몸 쪽으로 바짝 붙이고 서 있는 남자는, 마스크와 캡모자로 나름 얼굴을 가리려고 한 것 같았지만, 그런 것들로는 저 우월한 미모를 다 가려내기에 한참을 역부족이었다. 나비가 날개를 접고 앉은 것 같이 길게 뻗은 속눈썹을 보며, 치아키는 단박에 그가 미도리임을 알아차렸다.

 

   무슨 책을 저리 열심히 읽고 있을까.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로 근처까지 왔는데도 치아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열심히 만화책을 정독 중인 미도리를 보며 치아키는 새삼 그가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얘는 만화책을 읽고 있어도 무슨 고전소설을 읽고 있는 귀족같네, 라고 속으로 은근히 감탄하며 치아키는 특유의 사교성을 발동해 미도리에게 말을 걸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읽어?"


   서점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클래식 음악이 전부였던 이 조용한 공간에 갑자기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자 미도리는 사냥꾼에게 발각된 토끼마냥 화들짝 몸을 떨더니, 들고 있던 만화책을 바닥으로 떨궜다. 툭, 책의 모서리가 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깊은 어색함이 두 사람을 감쌌다. 말을 걸지 말 걸 그랬나, 하고 드물게 후회하며 치아키는 허리를 숙여 미도리가 방금 떨군 책을 주웠다. 


    "하, 하지마세요!"

    "?"


    깜짝이야. 갑자기 큰 소리를 내는 미도리의 행동에 그나마 얼마없던 손님들의 시선이 전부 치아키와 미도리에게로 쏠렸다. 순식간에 지하철 치한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치아키는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예요'라고 변명하듯 손을 흔들었다.


    "이, 이리 주세요!"


   곰이 강 상류에서 팔을 휘둘러 연어를 낚아채듯, 미도리는 팔을 뻗어 치아키에게 들린 만화책을 빼앗으려 했지만, 치아키가 반사적으로 만화책을 제 등 뒤로 숨기는 바람에 그 노력은 수포가 되고 말았다. 덕분에 붉으락푸르락, 미도리의 얼굴이 초단위로 변화를 반복했다. 


    의도치않게 어린아이에게서 사탕을 뺏은 것 같은 죄책감에 치아키가 "미안.."하고 사과하며 등 뒤로 숨겼던 만화책을 재빨리 다시 미도리에게 건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치아키는 만화책을 건네주면서 그 표지에 자연스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본 치아키는 순간 흠칫 해버리고 말았다. 표지에 그려져 있는 두 캐릭터는 어째선지 금방이라도 키스할 것 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애뜻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치아키가 흠칫했던 부분은 두 캐릭터 모두 남자라는 점에 있었다. 물론 동성끼리의 연애에 편견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학교의 왕자님인 미도리가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던게 이런 류의 만화책이라는 게 놀라웠을 뿐이다. 


    하지만 치아키의 그런 반응을 눈에 담은 미도리는 치아키가 본인을 혐오하고 있다고 오해한 것인지, 온 몸에 피가 다 빠져나간 뱀파이어마냥 창백해졌다. 그리고 곧 뱀파이어도 무서워서 도망갈 것 같은 음산한 얼굴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봤죠..?"


    순간 치아키는 어릴 적 친구네 집에 놀러가 늦은 저녁에 다같이 모여봤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좋았던 주인공의 친구가 알고보니 사람을 여럿죽인 연쇄살인마였고, 그것을 주인공한테 들키자 '봤으니 죽어줘야겠어.'라며 칼을 들고 쫓아오던 장면이었다. 


    치아키의 등 뒤로 줄줄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그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치아키는 어찌할까 싶어 눈을 굴렸다. 봤다고 하면 또 무섭게 쳐다볼 것 같고, 보지 않았다고하면 거짓말 하지 말라면서 혼날 것 같다. 그래서 급기야 치아키는 진퇴양난인 상황인 이 상황에서, 당시로서는 꽤 현명한 답변이라고 생각하며, 급기야는 해서는 안됐을 말을 뱉어버린 것이다.  


    "거, 걱정마라! 나, 나도 좋아한다 이런거!"


    





 #아,,, 흠,,, 엄,,, 원래는 달달한 걸 쓰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또 개그물로 갔습니다,,

매일 재미없는 걸 개그물이라고 우겨서 죄송합니다,,, 2월에 낼 믿챠 신간으로,,,생각해 둔,,,,글이긴 한데,,,,, 재미가,,,없는 거 같고,,,(소심),,, 재밋엇다고 말씀해주시면,,,그래도 자신감이 붙을 수도 잇을 거 같습니다 ,,,흑흑(구걸) 그리고 bgm은 적당한게 생각안나서 요새 꽂힌 노래로 넣엇습니다 흐흐

#글 속 배경은 아이돌육성학교가 아니라,,, 그냥 일반계고등학교입니다~!







    


    육지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 한가운데. 그 아래로 밤낮을 쉬지 않고 내려가야만 마침내 도달할 수 있다는 바닷속 용궁은, 마치 태양마냥 반짝반짝 빛나는 붉은 산호초들과 물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춤을 추는 해조류들에 둘러쌓여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간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장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심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평온해 보이는 용궁에서도, 사실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중대한 근심거리가 하나가 무겁게 용궁 안을 짖누르고 있었는데 마침 회의실에선 용궁 내에서 꽤나 직위가 높다는 신하들이 모여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러쿵 저러쿵 머리를 맡대고 한창 의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용왕님의 발기부ㅈ..아, 아니 병환을 고치기 위해선 토끼의 간이 필요하다..이 말인데.."


    발기부전이라는 단어를 입에 채 다 담다 말며, 이 용궁에서 짬밤을 먹을만큼 먹었다는 넙치가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곤 입을 다물었다. 


    그랬다. 인물 출중하고 능력도 좋아 백성들에게 인기도 좋은 바닷속의 아이돌 용왕님께서는 차마 입에 담기 부끄러운 병환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용궁에서 가장 실력이 출중하다는 가자미의원은 그런 용왕님의 병세가 다름아닌 '발기부전'이라고 했다. 용궁의, 아니 이 바다의 슈퍼스타인 우리 용왕님이 발기부전이라니! 이제껏 용왕 본인은 제가 고자던 발기가 안되던 별 신경도 안쓰는 것 같았지만, 이대로 용궁에 후사가 끊기게 할 순 없으니 하루빨리 용왕님의 발기부전증을 고치고 여왕을 뽑자고 저들끼리 더 난리가 난 신하들은 발기부전에 좋다는 '토끼의 간'을 어떻게 구해올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중이었다. 


    "토끼간이 뭐 어디 집 개이름이오? 들어보니 우리같이 아가미 달린 생물은 육지에 나가기만 해도 일분도 못버티고 끽 죽는답디다."

    "그렇다고 이대로 육지에서 토끼가 떨어지기만 기다릴 수도 없잖소!"

    "그럼 도미양반 자네가 육지로 가시던지!"

    "크..큼! 누가 내가 간댔소?"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결국 신하들은 '니가 육지에 가라'라고 서로 미루기만 할 뿐 누구도 썩 괜찮은 답을 내놓지 못하자, 신하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는 가오리대감은 '큼큼' 헛기침을 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 시킨 후에 찬찬히 입을 뗐다.


    "뭐들 그렇게 싸우나. 물에서도 자유롭고, 육지에서도 자유로운 이를 육지로 보내면 되지."

    "그런 놈이 어딨단 말입니까?"

    "없긴 왜 없어. 얼마 전에 거북가문의 장남이 용궁 안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던데. 그 자는 어떤가?"

    

    아! 순간 회의실에 있던 모든 어류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옳거니! 거북이가 있었구나!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모든 어류는 가오리대감의 지혜에 감탄하며 하루빨리 그 자를 시켜 토끼를 데려오자고 입을 모았다. 그 결정이 얼마안가 용궁 안을 발칵 뒤집어 놓을 것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회의가 끝난 지 바로 다음 날에 거북가문의 장남 칸자키 소마는 당장 육지파견업무를 나가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관리시험에 합격에 용궁에 입궁한지도 몇 달 채 되지 않았는데 용왕님의 목숨이 걸린-소마는 용왕의 병환이 무엇인지 정확히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 중대한 업무를 맡게 되다니. 긴장으로 인해 소마의 얼굴이 그 어느때보다 굳어 있었다. 


    "자네의 두 어깨에 용궁의 미래가 달려있네. 칸자키군."

    "꼭 성공해 보이겠소이다."

    "그래그래.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 포부가 남다르구만. 그렇지. 이제 격려차 용왕님이 곧 이쪽으로 오실텐데, 아, 저기 오시네!"

 

    용왕님 좀 빨리오세요! 하고 가오리대감이 소마의 등 뒤를 향해 손짓했다. 하지만 빨리 오라는 가자미대감의 말과는 반대로, 아침 일찍부터 푸카푸카를 하지 못하고 바로 집무실로 끌려온 이 상황에 심통이 난 용왕은 아랫입술을 대빨 내밀고는 마지못한 걸음으로 느릿느릿 걸어왔다. 아이고 저 초딩. 가오리대감은 울화통으로 아가미가 지끈거려오는 것을 겨우 참으며 지느러미로 이마를 짚었다. 

 

    "가오리대감이 불러서 '아침푸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답니다. 어떻게 '책임'질 건가요?"

    "제가 저 좋자고 이럽니까? 다 용왕님 병 고치려고 이러는 거지! 용왕님 그렇게 섭하게 말하시면 저 웁니다!"

    "흥. '우'세요."

    "아이고. 제가 용왕님을 잘못 키웠나봅니다."

 

    이래서 자식새끼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며 눈물을 훔치는 가오리대감은 대놓고 무시하며, 용왕은 가오리대감 옆에 바짝 긴장한 얼굴로 저를 쳐다보고있는 소마에게로 무심코 시선을 던졌다. 이 거북이가 이번에 나를 위해 토끼의 간을 가져다 준다는 그 거북인가? 하고 별 감흥없이 소마의 얼굴을 바라보려던 용왕은, 막상 소마와 눈을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 좀 전까지 품에 소중히 끌어앉고 있던 심해어인형을 툭- 바닥에 떨군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멍청이처럼 눈만 꿈뻑일 뿐이었다.


    물미역마냥 찰랑이는 남빛의 머리칼, 조약돌마냥 잘 다듬어진 갸름한 얼굴, 그리고 살짝 야시시하게 올라간 눈꼬리. 그 모든 것들을 급하게 눈에 담으며, 용왕은 갑자기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침푸카를 하지 않아서 이렇게 몸이 뜨거운걸까? 용왕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감각에 조금 당황했지만 그게 싫다는 건 아니었다. 어느 쪽이었냐면. 오히려 미치도록 좋은 쪽이었다.  


    "요, 용왕님 소, 소인은 거북가문의 장남 칸자키 소마라고 하옵니다."


    용왕을 직접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소마는 메뉴얼에 따라 우선 바닥에 무릎을 꿇곤 머리를 바닥으로 공손히 조아렸다. 평소같으면 '됐으니 일어나라'고 할 타이밍인데도 용왕이 제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는 소마를 가만히 멍때리고 내려만 보고있자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가오리대감은 '얘 왜이래'하는 얼굴로 용왕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이내 중간에 우뚝 선 '그것'의 존재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근 몇년간 용궁의 걱정거리였던 '그것'이 너무도 쉽게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용왕님의 발기부..아니 병환이 고쳐졌다는 말씀이오?"

    "토끼간도 없이? 그럼 잘된 일 아니오? 왜 가오리대감은 그리 근심 가득한 얼굴이시오?" 


    오히려 축하해야하는 일이 아니겠냐며 넙치가 눈치없이 끼어들자 가오리대감은 넙치를 째릿-하고 한 번 노려보았다. 넙치는 영문을 모르겠는 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가오리대감의 사나운 눈초리에 깨갱하곤 아가미를 내렸다.


    "용왕님이 그 거북이를 반려로 맞이하겠다고 생때를 부리고 계시잖소!"

    "이 바다에서 제일 예쁘다던 미녀를 소개해드려도 시큰둥하던 우리 용왕님이?"

    "그럼 용왕님은.. 미녀가 아니라 미남이 좋으셨던 건 아닐까요?"

    "헉! 어쩐지 용왕님이 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시다했는데!"

    "갈치. 자네 용궁모독죄로 끌려가고 싶나?"

    "헉. 죄송합니다. 장난이에요."


    용궁에는 뭐 이런 어류들 밖에 없어. 안그래도 용왕님이 거북이랑 결혼하겠다고 난리어거지를 부리는 이 상황에서 옆에 있는 어류들이라곤 다 도움이 안되는 어류들 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가오리대감은 낮은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거북이가 용왕을 알현한 이후, 용왕의 발기부전이 저절로 고쳐진 걸 축하해 줄 틈도 업이 용왕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거북이를 제 아내를 맞아들이겠다며 관리들에게 떼를 쓰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원래 제 딸을 용왕에게 시집 보내려던 가오리대감은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 그 거북이때문에 내 일생의 계획이 이렇게 틀어져 버릴 줄이야. 


    "그래도.. 난 이 결혼에 찬성이오."

    "아니! 고등어대감! 무슨 그런 ..!"

    "하지만.. 결혼에 반대하면... 용왕님이...우리를..."

    "용왕님이 뭐요! 우리 월급이라도 깎겠답니까?"

    ".....회를 떠버린다 하셨소."


    일순간 떠들석하던 회의장이 찬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 이후, 다시는 어느 누구도 거북가문의 장남 칸자키 소마를 용왕에 반려로 맞이하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의 소마는 자신이 용왕의 총애를 받고 용왕의 반려가 될 거라고는, 그 순간까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아, 아하하. 거북이님. 아, 아니 거북군. 뭐 일하는 데 어, 어려운 점은 없는가..요..?"


   소마가 용왕님을 뵙고 온 이후로, 궁내에 있는 어류들이 어쩐지 자신을 이전과는 다르게 대하는 것 같다고 소마는 생각했다. 갑자기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하지않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소마의 안위를 살펴주지 않나. 신입이라면 무조건 꼬투리를 잡아 괴롭히던 상사 멸치가 갑자기 친근한 태도로 굴어오질 않나. 


    물론 자신에겐 좋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 기이한 상황때문에 소마가 조금씩 불안감을 느껴가는 것과 비례해, 이상하게도 용왕님이 용궁안에서 자신을 마주치는 횟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용왕이 저를 따라다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다 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입으로 뱉었다간 용궁모욕죄로 회떠질 수도 있어서 소마는 이러한 것들을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었다.  


    "소마군-."

    "요, 용왕님!"

    "'우연히' 지나치다가 만났네요. 이것도 '운명'인데 차나 한잔 할까요?"


   소마가 지나가기를 아까 15분 전부터 복도 코너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던 주제에 용왕은 정말로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것 처럼 능숙하게 구라를 쳐댔다. 물론 이 구라만 벌써 30번째 써먹고 있는 중이었다. 

    

    "소, 소인은 아직 근무중이라.."

    "그 근무가 용왕의 명령보다 더 중요한건가요?"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럼 허락한 걸로 알아들을게요-."


    약해보인다고 생각했던 용왕의 손아귀 힘이 예상외로 억셌다. 소마는 그대로 용왕에게 붙잡혀, 용왕의 직계 후손들이나 귀한 손님이 아니면 절대로 출입이 불가하다는 용궁의 정원으로 끌려갔다. 끌려올 땐 업무 중에 이러면 안되는데 싶어서 안절부절하던 소마도 막상 정원으로 발을 들이고 나니 그 황홀한 절경에 모든 잡념들을 다 잊었는지 "놀랍소"하고 감탄의 말을 뱉었다. 용궁 안에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다 모여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정원은 용궁 안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선별하고 선별해 꾸며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마가 경치를 구경하는 데 정신이 팔린 사이, 그 기회를 노리지 않고 소마의 허리를 슬금슬금 올라오는 용왕의 나쁜 손이 있었지만 그런 데에는 눈치가 둔한 소마는 그저 기포를 뻐끔뻐끔 뿜어대며 화합을 이루는 조개들의 연주에 그저 정신이 팔려있을 뿐이었다.  


    "아름답소...이처럼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오."

    "저는 소마군이 더 아름다운데요?"

    "요, 용왕님은 부,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으시는구려. 그, 그런 말은 정인(情人)한테나 하는 말이라오."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저를 아름답다고 칭찬해오는 용왕의 말에, 소마가 부끄러웠는지 귓볼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원래 남자끼리도 이런 말을 하던거던가. 물론 여자보다 더 고운 용모를 지니긴 했지만 용왕은 자신과 같은 거 달린 사내가 확실했다. 그리고 본인도 머리가 유달리 길긴 하지만, 여자같다고 착각할 정도의 외모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왜 용왕님은 여성들에게나 하는 달콤한 말을 제 귓가에 흘려넣는걸까. 하지만 용왕은 곧 이런 소마의 고민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담백하고도 당연하다는 듯한 어조로 소마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소마군이 되면 되겠어요. 내 정인."

   







  

    *대체,, 뭘,,쓴거지,,,? ,,,,(동공지진)

언젠가 내키며,,,,는,,,,2편이,,,나오,,,겟죠,,,?(수습불가해서 도망침)

오타같은건,,, 확인안햇습니다,,,, 수강신청이 망해서 우울하거든요,,,

내일 면허재시험보는데,,,합격하길 빌어주세요,,,진심으로,,,붙고싶은데,,더이상 면허에 돈쓰기싷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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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인은님과 함께 주고받았던 사회인 카오루 X 고딩소마 썰들을 각색해 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근데 이제는 소마가 대딩입니다,,





    *bgm과 함께 읽어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EP. 5 새내기


[오늘도 좀 늦을 거 같소]


    자고로 새내기는 이제 갓 땅을 뚫고 피어오르는 파릇파릇한 새싹같은 존재다. 그리고 선배들은 그 새싹들이 '술'이라는 양분을 통해 튼튼하게 자라게 된다고 굳게 믿고있는 모양들인듯 이러저러한 명분들을 갖다 붙여 새내기들과의 술자리를 만들어 내기에 바빴다. 신학기를 맞이 하고 벌써 2주째, 소마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술집을 들락거리는 생활을 하며 그렇게 낯설고도 생소한 대학문화에 조금씩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선배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지만, 그렇다고 괜히 선배들의 눈 밖에 나 벌써부터 대학생활이 힘들어지고 싶진 않았기에 소마는 이런 자리가 있으면 최대한 거절하지 않고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덕분에 죽어나가는 건, 지금 쇼파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벽에 걸린 시계만 바라보고 있는 하카제 카오루. 

 

    마음같아선 선배고 뭐고 술자리에 못가게 하고 싶었지만 본인의 이기적인 욕심때문에 소마에게 가지말라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멋지지 못했다. 사랑하는 연인 앞에선 늘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은 게 남자의 마음이다. 


    하지만 카오루가 불안해하는 데도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칸자키 소마의 술버릇이 제법 유별났기 때문이다. 아니, 좋은 게 좋은 거라지만 그것이 너무 좋으면 괴로울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하카제고옹-. 문 좀 열어주씨오-."


    왔구나. 카오루는 쇼파에서 튕겨나오듯 일어서며, 재빨리 현관을 향해 달렸다. 양귀비도 울고 갈 것 같은 이 간드러지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믿기 힘들겠지만 칸자키 소마였다. 그렇다. 소마는 알콜만 들어가면 극강의 애교쟁이가 되어버리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물론 물건을 때려부순다던가 괜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욕을 퍼붓는다던가 하는 술버릇보다야 한참 나은 술버릇이지만 그래도 카오루의 쥬니어에게는 정말이지 가혹한 처사였던 것이다.


    "헤헤. 하카제공이다."


    평소에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무한데레를 선사하며 소마는 폴짝 카오루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온 몸에서 알콜향기가 작렬한다. 내일이 주말이라고 아마 평소보다도 더 많이 마시게 했던 모양이다. 술도 약한 애가 정말이지 다른 사람들이 따라주는 술은 다 덥석덥석 받아먹고 다니니까… 카오루는 나즈막히 한 숨을 쉬며 소마를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대체 얼마나 마신거야."

"으음.. 두 잔!"

"두 잔이 아니라 두 병이겠지."


     잠꼬대라도 하는 지 계속해서 뭔가 중얼거리는 소마를 침대에 사뿐히 뉘여놓으며, 카오루는 소마가 입고 있던 자켓을 벗겨 한 쪽에 걸어놓았다. 꽤 졸려웠던 모양인지 소마는 침대에 눕자마자 눈꺼풀을 반쯤 감고 꾸벅꾸벅 잘 태세에 돌입했다. 정말이지. 누가 이렇게 귀여우래. 어?


    이런 상황에서도 불끈하는 저의 쥬니어가 원망스러워 진 카오루는 괜히 소마에게 화풀이 하듯 검지손가락으로 작게 소마의 이마를 툭툭 쳤다. 소마군때문에 이 형아는 오늘도 화장실에서 외롭게 혼자 빼게 생겼는 데 소마군은 이런 상황에서 잠이 와? 응?


    "우으으.. 때리지 마시오-."


    아직 다 자는 게 아니었는지 제 이마를 건드리는 카오루의 손짓에 소마는 작게 신음했다. 정말이지. 술자리에서도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흘리고 다니는 걸까. 괜히 생각하려니 가슴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질투가 피어오르려고 한다. 이러다가 정말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거 아니야? 소마군은 좀 더 경각김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요새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 지 알아?  


    "소마군 내가 누군지는 알아보겠어?"

    

    괜히 서운한 마음에 카오루가 툴툴거리는 말투로 소마에게 물으니, 소마는 감기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오루를 바라보다가 이내 바보같이 순박한 얼굴로 헤헤 웃어대기 시작했다. 


    "하카제공이잖쏘!"

    "하카제공이 누군데."

    "완~전 멋진 내 애인!"


    소마군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이 형아 인내심 테스트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어? 

    결국 소마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워 진 카오루는 허리를 숙여 침대에 똑바로누워있던 제 연인을 뼈가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 덕분에 숨 쉬는 게 곤란해졌는지 상체를 일으킨 소마는 켁켁 소리를 내며 카오루의 등을 팡팡 두드리다, 이내 제게 입을 맞대오려는 카오루의 행동에 "나 술냄쌔 나능데.."하고 혀짧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소마군 형아랑 키스하기 싫어?"


    카오루가 서운하다는 듯 아랫입술을 삐죽였다. 키스를 한 두번 해보는 것도 아니었건만 그때마다 늘 이렇게 소마는 카오루를 밀어내려 한다. 그런 반응도 나름 귀여웠지만 그래도 매번 이렇게 밀어지기만 하다보면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아니.. 그건 아닌데.. 술냄새 난단말이오오.."

    "형은 술냄새 나도 좋은데?"

    "그으치만, 역시 ... 단 말이오"


    우물쭈물. 소마가 입술을 달짝인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 작았던 지라 카오루는 마지막 말을 정확히 캐치해내지 못하고 소마에게 물었다.


    "응? 소마군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안들리는데?"

    "....부끄럽단 말이오.. 하카제공의, 반짝거리는 얼굴이, 이렇게 바로 앞까지 오니까... 그리고, 하카제공은, 경험이 많을 테니까.. 괜히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서.. 그래서,"


   소마의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오른다. 이제 슬슬 술에서 깨고 있는 모양이다. 소마의 얼굴에 피어난 열꽃은 다른 사람에게로 전파되는 종류의 것이었던지, 카오루의 귓볼에도 소마마냥 서서히 열꽃이 피어난다.


    여하튼, 이러니 저러니 해도 두 사람은 꽤나 열렬하게 사랑하는 중이었다. 


    

    

    

    

   



*간만에 카오소마입니다,,호호,, 이 시리즈는 생각보다 드문드문 오래 쓰고 있네요,,후후.

사실 다른 글을 쓸 때 보다 분량이 더 적었습니다.. 더 길게 쓰고 싶었는 데 제 능력의 한계입니다. 다음엔 아도니스도 나올 예정입니다. 아,, 그리고 카오소마 이번에 대박 이벤트 터졌잖아요.. 다들 스토리 읽어보셨나요.. 우리모두 카오루가 인정한 흑발미인 소마합시다 ^^,,





 

*bgm과 함께 읽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띵동.


 코가는 초인종을 누르곤 잔뜩 긴장한 채로 현관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느리게 열리는 현관문을 향해 "느리다고! 네녀석! 빨리 빨리 열라고!"라고 윽박 질렀다. 이제 해가 거의 저물어가려고 하는 이 시간에, 자다 나온 것인지 반 쯤 감긴 눈으로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오늘도 여전히 다비드의 환생마냥 잘생긴 사쿠마 레이. 코가의 표현을 빌려 표현하자면 사쿠마님. 


 코가는 '사쿠마님 오늘도 정말 잘생기셨어요!'를 속으로'만' 외치며 거친 발걸음으로 레이의 집 안에 들어섰다. 코가가 들고왔던 냄비를 식탁에 내려놓고 뚜껑을 열려하자, 레이는 잠시 코로 킁킁거리더니 단박에 오늘의 메뉴를 알아맞췄다. 


 "오늘은 고기조림인 모양이네."

 "쳇. 나보고 멍멍이니 뭐니 해대면서 사실은 네 놈이 개코잖아! 뭐야. 내 메뉴 선정에 불만 있는거냐?"


 사, 사쿠마님 혹시 고기조림 싫어하세요? 으아! 저 고기조림은 꽤 자신 있어서 만들어왔는데. 사쿠마님이 싫어하시는 거면 다른 거 만들걸! 그냥 파스타같은 거나 만들어 올걸! 어쩌지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다른 메뉴로 바꿔야...!


 "아니. 좋아해."


 괜히 사람 착각하게 만드는 다정한 대사와 함께 레이가 코가의 머리를 쓱쓱 쓸었다. 사실 지금 레이의 이 말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있었지만, 레이의 말에 담긴 저의를 눈치채기엔 코가는 '사쿠마님이 내 음식을 싫어하시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던지라 아쉽게도 레이가 은연중에 제게 내비친 호감을 캐치해내지 못했다.  


 "뭐, 뭐야!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라고!"


 휴 다행이다. 사쿠마님이 싫어하시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코가는 잔뜩 쫄아있던 마음을 풀며 속으로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코가가 거의 매일 저녁시간마다 사쿠마 레이의 집으로 음식을 만들어 들고 온 지 벌써 어연 1주일째. 그동안 사쿠마 레이에 대해 알 게 된게 몇 가지 있다면, 우선 그는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실 '아침'잠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것이었지만, 새벽이 끝나갈 무렵 쯤에 잠들어 오후 5시나 되어야 겨우겨우 일어나는 그의 수면패턴은 그야말로 어떻게 지금까지 연예인을 해왔나 신기할 정도여서 코가는 혹시 사쿠마님이 잠때문에 연예계를 은퇴한 것은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중이었다. 


 "멍멍아-. 오늘은 샴푸를 바꿨나보네?"


 그리고 두번째. 사쿠마 레이는 의외로 스킨쉽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샴푸를 바꿨냐며 코가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체취를 맡는 레이의 간지러운 콧김에, 코가의 몸이 돌부처마냥 빳빳하게 굳었다.


 으아아아! 사, 사쿠마님의 숨결! 사쿠마님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제, 제가 비닐봉지에 담아가면 안될까요? 흐윽. 사쿠마님은 숨결마저도 왜이렇게 나근나근하고 잘생기셨나요?


 "무, 무슨 상관이냐! 내, 내가 샴푸를 바, 바꾸던 말던!"


 계속 상관해주세요 사쿠마님! 저한테, 저한테 계속 상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쿠마님이 제 샴푸 향기까지 기억해주시다니 저 너무 영광이라서 오늘 밤에 일기에 꼭 기록할 거예요! 


 "바, 밥이나 먹지 그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애써 진정시키기 위해 코가는 어서 밥이나 먹자며 레이를 재촉했다. 자연스레 식탁에 앉아 뭐가 그리 즐거운 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레이와 자신이 먹을 밥을 밥공기에 꾹꾹 눌러담으며, 코가는 속으로 '저, 저거 사쿠마님 2집 타이틀곡이잖아! 나 저 때부터 입덕했는데!'하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는 척 하고싶다. 타이틀곡부터 수록곡까지 전부 다 외우고 있다고 사쿠마님에게 말해드리고 싶다. 하, 하지만 부담스러워 하시면 어쩌지! 


 "멍멍아. 밥을 너무 많이 푸고 있는 것 같은데.."


 머슴에게 주듯 한가득 고봉밥을 퍼올리고 있는 코가에게 레이가 말했다. 레이가 흥얼이는 2집 타이틀곡에 저도 모르게 심취되어 속으로 꺅꺅거리고 있던 코가는 레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듯 헛!하고 제가 들고 있던 밥그릇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3인분은 거뜬해 보이는 양이다.


 이정도야 주걱으로 덜어내면 될 일이건만 레이에게 지적당한 게 부끄러워져서 코가는 "너 먹으라고 푸는 거 아니거든!? 이건 내가 다 먹을 거니까!"하곤 호기롭게 밥그릇을 들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코가의 낱빛이 푸르게 변한다. 이, 이걸 내가 다 먹을 수 있을까..? 안그래도 오후에 빵을 먹고 와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던 코가는 이걸 다 먹었다간 분명 배탈이 날 게 뻔하다고 생각했지만 당당하게 레이에게 당당하게 선언해 놓고 쉽게 무르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 코가는 잠시동안 제 위장과 자존심 둘 사이를 저울질 하다가 결국엔 자존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게 너무 많을 거라고 했는데.."


 끙끙거리며 쇼파에 누워있는 코가의 배 위에 담요 하나를 덮어준 레이가 혀를 쯧 찼다. 먹기 힘들면 버리면 된다고 레이가 몇 번이나 말했어도 결국 배짱을 부려 밥을 다 먹고야만 코가는 얼마안가 레이의 앞에서 복통을 호소하며 눈물을 보이는 추태를 보여야만 했다. 좀 전에 소화제를 먹어 어느정도 괜찮아지긴 했지만, 아직 조금만 움직여도 배가 살살 쓰라려와서 코가는 꼼짝없이 쇼파에 누운 채로 본의아니게 레이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물이라도 좀 가져다 줄까?"


 걱정이 듬뿍 담긴 손길로 레이가 코가의 이마를 살살 쓸어주자 코가는 감동의 눈물이 퐁퐁 솟아오르려는 것을 겨우 참고 "됐거든!"하고 입술을 삐죽였다. 아. 사쿠마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다니! 정말이지 죽음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죄송해요 사쿠마님! 신경쓰이는 일도 많으실텐데 괜히 이렇게 저까지 짐이 되어버려서! 그, 그치만 사쿠마님의 손, 왠지 차가워서 기분이 좋달까.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달까. 부, 불순한 생각을 해서 죄송합니다 사쿠마님! 그, 그치만 시간이 이렇게 멈춰버렸으면 좋겠어요!  


 사쿠마님의 쓰다듬을 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매일 밥 100공기도 먹을 수 있다고 코가는 다짐했다. 하지만 그 행복한 시간도 잠시. 갑자기 띵동- 집 안을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레이가 코가의 이마를 쓸던 행동을 멈추곤 쇼파에서 일어서자 코가는 '대체 어느 놈이 이 좋은 시간을 방해한거냐?! 엉?'하는 불량한 마음이 되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일어나 사쿠마님과의 시간을 방해한 불청객의 멱살이라도 쥐여주고 싶은데, 현실은 조금만 움직여도 배가 뒤틀린 듯 아플 뿐이다. 


 크으. 분하다. 코가는 주먹을 쥐곤 애꿎은 허공을 향해 주먹질 했다. 이내 레이가 현관문을 열어주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즈막한 저음의 목소리가 "오랜만이군 사쿠마."하곤 레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뭐야 네녀석! 사쿠마님을 사쿠마라고 부르다니! 정신이 있는거냐! 하나부터 열까지 그 정신머리를 싹 다 고쳐줄까? 엉? 일개 인간주제에 사쿠마님을 성으로 막 불러!? 엉?! 


 저는 레이를 '네 녀석'이라고 부르는 주제에 남이 레이를 '사쿠마'라고 부르는 것은 절대로 참을 수 없겠던지 코가가 이를 부득 갈았다. 곧 두 사람이 거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안가 코가는 '불청객'이라고 마음 속에서 단정 지어버린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단정하면서 어딘지 날카로운 인상의 안경미남이다. 물론 사쿠마님 얼빠를 스스로 자처하는 코가의 성에는 도저히 차지 않았지만.  


 "저건 뭐지."


 상대는 한 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쇼파에 누워 저를 노려보는 코가를 '저것' 이라고 칭했다. 


 "아아-. 요새 키우고 있는 멍멍이."

 "누가 멍멍이냐! 네 녀석! 죽여버리겠어!"

 "하여간 악취미군."

 

 뭐야! 네 녀석! 무시하는 거냐! 내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당장에 너같은건!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것 같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코가가 안경미남을 쏘아보았다지만 상대는 코가에겐 별 흥미가 없는 지 안경받침대를 한 번 들었다 내리더니 이내 코가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대체 저 녀석은 누구예요 사쿠마님! 누군데 사쿠마님을 그렇게 함부로 불러도 가만히 놔두시는거예요! 누군데 이 저녁에 남의 집에 불쑥 쳐들어 오는 건데요! 그 녀석 완전 수상해요 사쿠마님! 가까이 하지 마세요! 분명 사쿠마님에게 흑심 품고있는 거라구요!




  




*와 ^ㅇ^)/ 이번에 레이코가 이벤트가 아주 거~하게 터졌더라구요 ㅠㅠ 흑흑 감동의 눈물 30만리터 흘리고 있는 중입니다. 안그래도 레이코가 쓰느라 뽕이 가득 차있었는데,ㅠㅠㅠㅠ 흑흑 ㅠㅠㅠㅠ 코가 너무 귀엽지않나요,,,

맞다,, 오늘도 오타같은 건 훑어보지 않았으므로,,, 오타나 어색한 부분이이ㅏㅆ으면,,, 둥글게 넘어가주세요 히히,,, 수정은 회지로 낼때 한꺼번에 할 예정입니다 ㅠㅠ


이 글은 2월에 열리게 될 유성대&언데드 온리전에 회지로 낼 예정입니다 ^__^)/ 일정 부분까지 웹연재를 하다가 내용추가+수정해서 회지로 낼 예정이니 관심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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