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과 함께 들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저기. 타카미네. …우리, 역시 헤어질까?”
치아키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흘러 나오자, 일순간 눈물을 멈춘 미도리는 충격받은 얼굴로 천천히 뒤를 돌아 치아키를 마주봤다. 분노과 서글픔으로 얼룩진 미도리의 시선에 치아키는 살갗은 아주 끝이 뾰족한 바늘로 찔러오는 것 같이 따끔거렸다. 잠시동안 미도리의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려는듯 파르르 떨렸지만, 결국 미도리는 한마디도 입술 밖으로 뱉지 못한 채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곤 그대로 흐느껴 울었다.
아. 또 상처를 주고 말았구나. 헤어지고 말한 것이 이번 한번만은 아닌데도 그때마다 미도리의 반응은 매번 같아서 그럴때마다 치아키의 가슴 속에 죄책감만 무겁게 쌓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언제든지 미도리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존재다. 지금까지야 어떻게 그냥 잘 넘겼다지만 나중엔 정말로 미도리에게 큰 위해를 가하거나,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본다면 미도리를 제 손으로 죽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치아키는 미도리를 위험에 빠트릴 바엔 괴롭지만 제가 미도리의 곁에서 사라지는 편이 옳다고 생각해 몇번이나 미도리에게 헤어지자고 넌지시 말을 건네보았지만 역시 오늘도 미도리는 추호도 치아키와 헤어질 마음따위는 없다는 듯 일관된 반응이다.
"선, 배는.. 어떻게, 그렇게… 헤어지자는 말을 쉽게 해요?"
"타카미네.."
"가만보면, 나, 혼자, 정말 나 혼자만 선배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게 아.."
아니야. 왜 너만 날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거야. 나도 널 정말 좋아해. 다만 내 욕심때문에 너를 위험에 빠트리고도 모른척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나랑 있으면 앞으로도 더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언젠간 정말 널 죽일게 될지도 몰라. 그건 내가 죽는 것 보다 더 괴로울 거야.
하고 싶은 말은 한가득인데,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미안하다는 말 뿐이라 치아키는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축축히 젖어들어가는 미도리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도, 이젠 자신은 그럴 수 있는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한 치아키는 신에게 속죄하듯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그렇게 둘은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고, 가끔가다 미도리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둘 사이의 적막감을 드문드문하게 메울 뿐이었다. 둘 사이에 찾아온 아슬아슬한 평화를 다시 깨트린 것은 치아키의 핸드폰 벨소리. 발신인에 '본부'라도 뜨자, 조심스레 통화버튼을 누른 치아키는 미도리의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여보세요?"
ㅡ치아키! 들리나! 지금 그 쪽 구역에 마물이 나타났어. 일단 먼저 가서 좀 해결하고 있겠어? 지원은 이미 보냈으니까! 시간만 조금 끌어줘! 부탁할게!
"알겠어. 위치 보내줘."
전화를 끊고 치아키가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 넣으려 하자, 미도리가 그 손목을 턱 붙잡았다. 저를 올곧게 바라보는 미도리의 두 눈 깊은 곳엔 자신이 준 상처들로 난잡하게 긁혀있어서, 치아키는 그 맑은 눈동자를 제대로 응시하는 것이 두려웠다.
정말 나는 못난 사람이구나. 사랑하는 너에게 행복만 안겨줘도 모자를 판에 나는 네게 상처만 주고 있어. 하지만 자신을 더욱 혐오스럽게 하는 건, 앞으론 이사람에게 상처주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없는 자신이다.
"가지마요."
"타카미네.."
"부탁이야. 가지마요."
애원조로 부탁했지만, 치아키는 긍정의 대답 없이 그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저를 붙잡은 미도리의 손을 가만히 내려볼 뿐이었다. 이렇게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 와중에도 마물은 힘없는 시민을 공격하고 있을 것이고, 아마 이렇게 꼼지락거리는 시간에 누군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할 사람인 누군가는 위험에 처해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을 구해 소중한 사람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게 히어로의 임무다. 그리고 치아키 자신은 히어로인 것이다.
"미안하다. 타카미네."
치아키가 힘을 주어 고목에 달라붙은 담쟁이덩굴마냥 억세게 저를 휘감고 있는 미도리의 팔을 떼어냈다. 미안하다 타카미네. 나는 히어로니까. 뿌리쳐진 미도리의 손은 갈 곳을 잃은 채 허공에 멈췄다. 황폐해져 텅 빈 눈동자가 저를 향한다.
"선배.."
"미워해도 좋아. 그래도 지금은, 지금은 가야겠어."
누군가는, 지금 나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을거야. 마물에게 죽임을 당하는 부모님을 눈 앞에서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누군가 도와주기만을 절실히 바라고 있던 어린시절의 자신처럼 말이다.
"…좋아요. 가요."
이게 온전한 허락의 말이 아니라는 건, 눈치가 둔한 치아키라도 알 수 있다. 치아키의 결정을 지지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상처받는 게 두려워 미도리는 제 감정을 꾸역꾸역 속 안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저렇게 밀어넣은 울분들은, 아마 미도리의 몸 안에 아플 정도로 가득 차 속 안에서 날카롭게 그를 할퀴고 상처입히고 있을 것이다.
"타카미네.."
"가버려! 얼른 가버려! 꺼져버려요! 그 정의라는 게, 히어로라는 게 그렇게 중요해? 나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선배가 가장 우선인데, 선배는, 선배는 아니잖아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들이 나보다 더 소중한거잖아."
"아니야. 타카미네. 나도 네가 가장 소ㅡ,"
소중해, 라고 말하려던 치아키는 말을 멈췄다. 지금은 미도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도, 가 거짓말로 들릴 것이 뻔하다. 그리고 자신은 제 사랑을 의심하는 미도리를 원망할 자격조차 없다. 오히려, 연인에게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자신이 실망스러워서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
"…얼른 가봐요. 사람들…. 구해야죠."
"… 미안하구나. 일단 다녀와서 이야기하자."
외투를 입고 치아키가 집을 나서자 미도리는 미끄러지듯 그대로 주저앉아 잔뜩 힘이 들어간 주먹으로 손이 아플 정도로 거실바닥을 쿵-쳤다. 하지만 괜찮냐며 미도리를 걱정해줄 치아키는 지금 여기에 없다. 미도리는 이렇게 잠깐의 이별이, 나중엔 정말 영원한 이별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지 매일 두렵고 또 두려웠다. 집 밖으로 나가는 치아키의 뒷모습이, 제 눈에 담게 될 치아키의 마지막 모습이 되어버릴까 매번 미도리는 가슴을 졸이고 또 졸이는 수 밖에 없다.
"정말, 내가 짝사랑을 하고 있는 지 사랑을 하고 있는 지 아직도 난 모르겠어요."
선배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해요? 그때가 되면, 당신은 나를 구해주러 올거예요?
생각보다 큰 놈이네.
제 눈 앞에 떡 버티고 선 마물을 올려다 보는 치아키의 목이 바싹 말라갔다. 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 마물은 왠만한 5층짜리 맨션만큼 거대해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으로 하여금 막대한 공포감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또한 마물의 몸뚱아리를 감싸고 있는 비늘은 장인이 잘 갈아만든 칼의 선단부분처럼 날카로워, 분명 저 비늘에 잘못 닿았다가는 몸이 금방이라도 두 동강으로 잘려버릴 것이 뻔해보였다.
이렇게 세보이는 마물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구나.
이만큼 거대한 마물과 싸워본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근엔 치아키 혼자서도 가볍게 해결할 수 있는 마물들을 많이 해치우다보니까 이런 거대한 상대를 만나니 실력이 녹슬어 버린 건 아닌 지 치아키는 걱정부터 앞섰다.
일단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이라도 끌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우선 시민들을 최대한 뒤로 대피시킨 치아키가 앞으로 한발자국 나서자, 마물은 치아키의 키보다 큰 송곳니를 씨익 드러내보이며 "히어로구나?"하고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꾼마냥 히죽히죽 웃었다.
말을 할 수 있는 마물인가. 말을 할 수 있는 마물은 마물 중에서도 상급마물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각오는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더 위험한 놈인지도 모른다. 치아키는 바짝 긴장한 채 슈팅건을 마물 쪽으로 조준했다. 녀석의 약점이 어딘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마물도 인간과 같이 심장이나 생식기쪽이 약점인 경우가 많았기에 치아키는 우선 녀석의 심장을 조준해 슈팅건을 쐈다.
ㅡ조준하는 시간이 너무 느리군.
마물은 가소롭다는 듯 치아키를 비웃으며 민첩하게 옆으로 살짝 비껴났다. 빌라 한 채와 맞먹을 정도의 몸체를 가졌으면서 저런 스피드를 내다니. 지원이 올 때까지 내가 붙잡히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을까. 치아키가 다시 한 번 더 마물의 생식기쪽으로 슈팅건을 쐈지만, 마물의 몸에 작게 생채기를 낼 정도만 스쳐지나갔을 뿐 아무런 위해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마물은 조카와 놀아주며 일부러 봐주는 삼촌마냥 히히덕거리기까지 했다.
ㅡ너, 잡아먹히고 있구나?
스르르, 마물이 치아키 앞으로 잽싸게 기어들어왔다. 마물이 지나간 자리가 검은 액체로 질척질척 녹고 있었고, 그 곳에선 시체썩는 냄새보다 더 고약한 악취가 피어올라 치아키의 당장 코를 쥐여막았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코를 쑤시는 악취에 치아키가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마물은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꼬리를 휘둘러 치아키를 공격했다.
"윽!"
다행히 일격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옆으로 피하던 와중에 발을 치아키는 발을 접질러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 쳐졌다. 마물은 당장 치아키를 죽이겠다는 생각은 없는지, 쓰러져 있는 치아키의 몸통을 꼬리로 휘감아 뱀이 먹이를 포획하듯 제 얼굴쪽으로 가져다댔다.
정말 지독한 냄새다. 마물의 콧김에서 풍겨져나오는 썩은내를 직방으로 맞으며 치아키는 빠져버릴 것 같은 정신을 겨우겨우 온 힘을 다해 붙잡았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 살아 돌아가서, 타카미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리고 이런 나라도 늘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 이대로 한심하게 죽을 수야 없어.
ㅡ신기하네. 너. 원래 같았으면 지금쯤 마물이 되거나 몸이 버티질 못해 죽어 버렸을텐데.
"크흑ㅡ! 너같은 마물은 당장 내가.."
ㅡ흐음-. 신기하네. 대체 뭐가 널 지금까지 버티게 하고 있는거지?
*
이 시리즈는 제가 회지로 내보려고 얼른얼른 써보고 있긴한데 회지 내 본 경험이 없어서 항상 쫄리네요,,,호호,, 누군가 절 도와주신다면 감사하겟습니다,,, 허허,,, 요샌 매일 밝은 글만 쓰다가 다시 어두운 글을 쓰려니 좀 어렵네요 ;ㅅ;
*
회지로 내게 될 시에, 혹시 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선점폼을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ㅠㅠㅠㅠ
https://goo.gl/forms/afljmHSLu90uoZy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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