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카나소마] 용왕과 거북이 01

mesk 2017. 8. 17. 19:43


    


    육지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 한가운데. 그 아래로 밤낮을 쉬지 않고 내려가야만 마침내 도달할 수 있다는 바닷속 용궁은, 마치 태양마냥 반짝반짝 빛나는 붉은 산호초들과 물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춤을 추는 해조류들에 둘러쌓여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간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장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심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평온해 보이는 용궁에서도, 사실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중대한 근심거리가 하나가 무겁게 용궁 안을 짖누르고 있었는데 마침 회의실에선 용궁 내에서 꽤나 직위가 높다는 신하들이 모여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러쿵 저러쿵 머리를 맡대고 한창 의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용왕님의 발기부ㅈ..아, 아니 병환을 고치기 위해선 토끼의 간이 필요하다..이 말인데.."


    발기부전이라는 단어를 입에 채 다 담다 말며, 이 용궁에서 짬밤을 먹을만큼 먹었다는 넙치가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곤 입을 다물었다. 


    그랬다. 인물 출중하고 능력도 좋아 백성들에게 인기도 좋은 바닷속의 아이돌 용왕님께서는 차마 입에 담기 부끄러운 병환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용궁에서 가장 실력이 출중하다는 가자미의원은 그런 용왕님의 병세가 다름아닌 '발기부전'이라고 했다. 용궁의, 아니 이 바다의 슈퍼스타인 우리 용왕님이 발기부전이라니! 이제껏 용왕 본인은 제가 고자던 발기가 안되던 별 신경도 안쓰는 것 같았지만, 이대로 용궁에 후사가 끊기게 할 순 없으니 하루빨리 용왕님의 발기부전증을 고치고 여왕을 뽑자고 저들끼리 더 난리가 난 신하들은 발기부전에 좋다는 '토끼의 간'을 어떻게 구해올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중이었다. 


    "토끼간이 뭐 어디 집 개이름이오? 들어보니 우리같이 아가미 달린 생물은 육지에 나가기만 해도 일분도 못버티고 끽 죽는답디다."

    "그렇다고 이대로 육지에서 토끼가 떨어지기만 기다릴 수도 없잖소!"

    "그럼 도미양반 자네가 육지로 가시던지!"

    "크..큼! 누가 내가 간댔소?"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결국 신하들은 '니가 육지에 가라'라고 서로 미루기만 할 뿐 누구도 썩 괜찮은 답을 내놓지 못하자, 신하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는 가오리대감은 '큼큼' 헛기침을 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 시킨 후에 찬찬히 입을 뗐다.


    "뭐들 그렇게 싸우나. 물에서도 자유롭고, 육지에서도 자유로운 이를 육지로 보내면 되지."

    "그런 놈이 어딨단 말입니까?"

    "없긴 왜 없어. 얼마 전에 거북가문의 장남이 용궁 안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던데. 그 자는 어떤가?"

    

    아! 순간 회의실에 있던 모든 어류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옳거니! 거북이가 있었구나!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모든 어류는 가오리대감의 지혜에 감탄하며 하루빨리 그 자를 시켜 토끼를 데려오자고 입을 모았다. 그 결정이 얼마안가 용궁 안을 발칵 뒤집어 놓을 것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회의가 끝난 지 바로 다음 날에 거북가문의 장남 칸자키 소마는 당장 육지파견업무를 나가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관리시험에 합격에 용궁에 입궁한지도 몇 달 채 되지 않았는데 용왕님의 목숨이 걸린-소마는 용왕의 병환이 무엇인지 정확히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 중대한 업무를 맡게 되다니. 긴장으로 인해 소마의 얼굴이 그 어느때보다 굳어 있었다. 


    "자네의 두 어깨에 용궁의 미래가 달려있네. 칸자키군."

    "꼭 성공해 보이겠소이다."

    "그래그래.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 포부가 남다르구만. 그렇지. 이제 격려차 용왕님이 곧 이쪽으로 오실텐데, 아, 저기 오시네!"

 

    용왕님 좀 빨리오세요! 하고 가오리대감이 소마의 등 뒤를 향해 손짓했다. 하지만 빨리 오라는 가자미대감의 말과는 반대로, 아침 일찍부터 푸카푸카를 하지 못하고 바로 집무실로 끌려온 이 상황에 심통이 난 용왕은 아랫입술을 대빨 내밀고는 마지못한 걸음으로 느릿느릿 걸어왔다. 아이고 저 초딩. 가오리대감은 울화통으로 아가미가 지끈거려오는 것을 겨우 참으며 지느러미로 이마를 짚었다. 

 

    "가오리대감이 불러서 '아침푸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답니다. 어떻게 '책임'질 건가요?"

    "제가 저 좋자고 이럽니까? 다 용왕님 병 고치려고 이러는 거지! 용왕님 그렇게 섭하게 말하시면 저 웁니다!"

    "흥. '우'세요."

    "아이고. 제가 용왕님을 잘못 키웠나봅니다."

 

    이래서 자식새끼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며 눈물을 훔치는 가오리대감은 대놓고 무시하며, 용왕은 가오리대감 옆에 바짝 긴장한 얼굴로 저를 쳐다보고있는 소마에게로 무심코 시선을 던졌다. 이 거북이가 이번에 나를 위해 토끼의 간을 가져다 준다는 그 거북인가? 하고 별 감흥없이 소마의 얼굴을 바라보려던 용왕은, 막상 소마와 눈을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 좀 전까지 품에 소중히 끌어앉고 있던 심해어인형을 툭- 바닥에 떨군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멍청이처럼 눈만 꿈뻑일 뿐이었다.


    물미역마냥 찰랑이는 남빛의 머리칼, 조약돌마냥 잘 다듬어진 갸름한 얼굴, 그리고 살짝 야시시하게 올라간 눈꼬리. 그 모든 것들을 급하게 눈에 담으며, 용왕은 갑자기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침푸카를 하지 않아서 이렇게 몸이 뜨거운걸까? 용왕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감각에 조금 당황했지만 그게 싫다는 건 아니었다. 어느 쪽이었냐면. 오히려 미치도록 좋은 쪽이었다.  


    "요, 용왕님 소, 소인은 거북가문의 장남 칸자키 소마라고 하옵니다."


    용왕을 직접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소마는 메뉴얼에 따라 우선 바닥에 무릎을 꿇곤 머리를 바닥으로 공손히 조아렸다. 평소같으면 '됐으니 일어나라'고 할 타이밍인데도 용왕이 제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는 소마를 가만히 멍때리고 내려만 보고있자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가오리대감은 '얘 왜이래'하는 얼굴로 용왕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이내 중간에 우뚝 선 '그것'의 존재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근 몇년간 용궁의 걱정거리였던 '그것'이 너무도 쉽게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용왕님의 발기부..아니 병환이 고쳐졌다는 말씀이오?"

    "토끼간도 없이? 그럼 잘된 일 아니오? 왜 가오리대감은 그리 근심 가득한 얼굴이시오?" 


    오히려 축하해야하는 일이 아니겠냐며 넙치가 눈치없이 끼어들자 가오리대감은 넙치를 째릿-하고 한 번 노려보았다. 넙치는 영문을 모르겠는 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가오리대감의 사나운 눈초리에 깨갱하곤 아가미를 내렸다.


    "용왕님이 그 거북이를 반려로 맞이하겠다고 생때를 부리고 계시잖소!"

    "이 바다에서 제일 예쁘다던 미녀를 소개해드려도 시큰둥하던 우리 용왕님이?"

    "그럼 용왕님은.. 미녀가 아니라 미남이 좋으셨던 건 아닐까요?"

    "헉! 어쩐지 용왕님이 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시다했는데!"

    "갈치. 자네 용궁모독죄로 끌려가고 싶나?"

    "헉. 죄송합니다. 장난이에요."


    용궁에는 뭐 이런 어류들 밖에 없어. 안그래도 용왕님이 거북이랑 결혼하겠다고 난리어거지를 부리는 이 상황에서 옆에 있는 어류들이라곤 다 도움이 안되는 어류들 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가오리대감은 낮은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거북이가 용왕을 알현한 이후, 용왕의 발기부전이 저절로 고쳐진 걸 축하해 줄 틈도 업이 용왕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거북이를 제 아내를 맞아들이겠다며 관리들에게 떼를 쓰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원래 제 딸을 용왕에게 시집 보내려던 가오리대감은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 그 거북이때문에 내 일생의 계획이 이렇게 틀어져 버릴 줄이야. 


    "그래도.. 난 이 결혼에 찬성이오."

    "아니! 고등어대감! 무슨 그런 ..!"

    "하지만.. 결혼에 반대하면... 용왕님이...우리를..."

    "용왕님이 뭐요! 우리 월급이라도 깎겠답니까?"

    ".....회를 떠버린다 하셨소."


    일순간 떠들석하던 회의장이 찬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 이후, 다시는 어느 누구도 거북가문의 장남 칸자키 소마를 용왕에 반려로 맞이하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의 소마는 자신이 용왕의 총애를 받고 용왕의 반려가 될 거라고는, 그 순간까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아, 아하하. 거북이님. 아, 아니 거북군. 뭐 일하는 데 어, 어려운 점은 없는가..요..?"


   소마가 용왕님을 뵙고 온 이후로, 궁내에 있는 어류들이 어쩐지 자신을 이전과는 다르게 대하는 것 같다고 소마는 생각했다. 갑자기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하지않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소마의 안위를 살펴주지 않나. 신입이라면 무조건 꼬투리를 잡아 괴롭히던 상사 멸치가 갑자기 친근한 태도로 굴어오질 않나. 


    물론 자신에겐 좋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 기이한 상황때문에 소마가 조금씩 불안감을 느껴가는 것과 비례해, 이상하게도 용왕님이 용궁안에서 자신을 마주치는 횟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용왕이 저를 따라다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다 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입으로 뱉었다간 용궁모욕죄로 회떠질 수도 있어서 소마는 이러한 것들을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었다.  


    "소마군-."

    "요, 용왕님!"

    "'우연히' 지나치다가 만났네요. 이것도 '운명'인데 차나 한잔 할까요?"


   소마가 지나가기를 아까 15분 전부터 복도 코너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던 주제에 용왕은 정말로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것 처럼 능숙하게 구라를 쳐댔다. 물론 이 구라만 벌써 30번째 써먹고 있는 중이었다. 

    

    "소, 소인은 아직 근무중이라.."

    "그 근무가 용왕의 명령보다 더 중요한건가요?"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럼 허락한 걸로 알아들을게요-."


    약해보인다고 생각했던 용왕의 손아귀 힘이 예상외로 억셌다. 소마는 그대로 용왕에게 붙잡혀, 용왕의 직계 후손들이나 귀한 손님이 아니면 절대로 출입이 불가하다는 용궁의 정원으로 끌려갔다. 끌려올 땐 업무 중에 이러면 안되는데 싶어서 안절부절하던 소마도 막상 정원으로 발을 들이고 나니 그 황홀한 절경에 모든 잡념들을 다 잊었는지 "놀랍소"하고 감탄의 말을 뱉었다. 용궁 안에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다 모여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정원은 용궁 안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선별하고 선별해 꾸며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마가 경치를 구경하는 데 정신이 팔린 사이, 그 기회를 노리지 않고 소마의 허리를 슬금슬금 올라오는 용왕의 나쁜 손이 있었지만 그런 데에는 눈치가 둔한 소마는 그저 기포를 뻐끔뻐끔 뿜어대며 화합을 이루는 조개들의 연주에 그저 정신이 팔려있을 뿐이었다.  


    "아름답소...이처럼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오."

    "저는 소마군이 더 아름다운데요?"

    "요, 용왕님은 부,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으시는구려. 그, 그런 말은 정인(情人)한테나 하는 말이라오."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저를 아름답다고 칭찬해오는 용왕의 말에, 소마가 부끄러웠는지 귓볼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원래 남자끼리도 이런 말을 하던거던가. 물론 여자보다 더 고운 용모를 지니긴 했지만 용왕은 자신과 같은 거 달린 사내가 확실했다. 그리고 본인도 머리가 유달리 길긴 하지만, 여자같다고 착각할 정도의 외모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왜 용왕님은 여성들에게나 하는 달콤한 말을 제 귓가에 흘려넣는걸까. 하지만 용왕은 곧 이런 소마의 고민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담백하고도 당연하다는 듯한 어조로 소마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소마군이 되면 되겠어요. 내 정인."

   







  

    *대체,, 뭘,,쓴거지,,,? ,,,,(동공지진)

언젠가 내키며,,,,는,,,,2편이,,,나오,,,겟죠,,,?(수습불가해서 도망침)

오타같은건,,, 확인안햇습니다,,,, 수강신청이 망해서 우울하거든요,,,

내일 면허재시험보는데,,,합격하길 빌어주세요,,,진심으로,,,붙고싶은데,,더이상 면허에 돈쓰기싷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