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레이코가] 옆집 사는 사쿠마님 03

mesk 2017. 7. 30. 12:30





 

*bgm과 함께 읽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띵동.


 코가는 초인종을 누르곤 잔뜩 긴장한 채로 현관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느리게 열리는 현관문을 향해 "느리다고! 네녀석! 빨리 빨리 열라고!"라고 윽박 질렀다. 이제 해가 거의 저물어가려고 하는 이 시간에, 자다 나온 것인지 반 쯤 감긴 눈으로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오늘도 여전히 다비드의 환생마냥 잘생긴 사쿠마 레이. 코가의 표현을 빌려 표현하자면 사쿠마님. 


 코가는 '사쿠마님 오늘도 정말 잘생기셨어요!'를 속으로'만' 외치며 거친 발걸음으로 레이의 집 안에 들어섰다. 코가가 들고왔던 냄비를 식탁에 내려놓고 뚜껑을 열려하자, 레이는 잠시 코로 킁킁거리더니 단박에 오늘의 메뉴를 알아맞췄다. 


 "오늘은 고기조림인 모양이네."

 "쳇. 나보고 멍멍이니 뭐니 해대면서 사실은 네 놈이 개코잖아! 뭐야. 내 메뉴 선정에 불만 있는거냐?"


 사, 사쿠마님 혹시 고기조림 싫어하세요? 으아! 저 고기조림은 꽤 자신 있어서 만들어왔는데. 사쿠마님이 싫어하시는 거면 다른 거 만들걸! 그냥 파스타같은 거나 만들어 올걸! 어쩌지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다른 메뉴로 바꿔야...!


 "아니. 좋아해."


 괜히 사람 착각하게 만드는 다정한 대사와 함께 레이가 코가의 머리를 쓱쓱 쓸었다. 사실 지금 레이의 이 말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있었지만, 레이의 말에 담긴 저의를 눈치채기엔 코가는 '사쿠마님이 내 음식을 싫어하시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던지라 아쉽게도 레이가 은연중에 제게 내비친 호감을 캐치해내지 못했다.  


 "뭐, 뭐야!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라고!"


 휴 다행이다. 사쿠마님이 싫어하시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코가는 잔뜩 쫄아있던 마음을 풀며 속으로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코가가 거의 매일 저녁시간마다 사쿠마 레이의 집으로 음식을 만들어 들고 온 지 벌써 어연 1주일째. 그동안 사쿠마 레이에 대해 알 게 된게 몇 가지 있다면, 우선 그는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실 '아침'잠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것이었지만, 새벽이 끝나갈 무렵 쯤에 잠들어 오후 5시나 되어야 겨우겨우 일어나는 그의 수면패턴은 그야말로 어떻게 지금까지 연예인을 해왔나 신기할 정도여서 코가는 혹시 사쿠마님이 잠때문에 연예계를 은퇴한 것은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중이었다. 


 "멍멍아-. 오늘은 샴푸를 바꿨나보네?"


 그리고 두번째. 사쿠마 레이는 의외로 스킨쉽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샴푸를 바꿨냐며 코가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체취를 맡는 레이의 간지러운 콧김에, 코가의 몸이 돌부처마냥 빳빳하게 굳었다.


 으아아아! 사, 사쿠마님의 숨결! 사쿠마님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제, 제가 비닐봉지에 담아가면 안될까요? 흐윽. 사쿠마님은 숨결마저도 왜이렇게 나근나근하고 잘생기셨나요?


 "무, 무슨 상관이냐! 내, 내가 샴푸를 바, 바꾸던 말던!"


 계속 상관해주세요 사쿠마님! 저한테, 저한테 계속 상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쿠마님이 제 샴푸 향기까지 기억해주시다니 저 너무 영광이라서 오늘 밤에 일기에 꼭 기록할 거예요! 


 "바, 밥이나 먹지 그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애써 진정시키기 위해 코가는 어서 밥이나 먹자며 레이를 재촉했다. 자연스레 식탁에 앉아 뭐가 그리 즐거운 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레이와 자신이 먹을 밥을 밥공기에 꾹꾹 눌러담으며, 코가는 속으로 '저, 저거 사쿠마님 2집 타이틀곡이잖아! 나 저 때부터 입덕했는데!'하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는 척 하고싶다. 타이틀곡부터 수록곡까지 전부 다 외우고 있다고 사쿠마님에게 말해드리고 싶다. 하, 하지만 부담스러워 하시면 어쩌지! 


 "멍멍아. 밥을 너무 많이 푸고 있는 것 같은데.."


 머슴에게 주듯 한가득 고봉밥을 퍼올리고 있는 코가에게 레이가 말했다. 레이가 흥얼이는 2집 타이틀곡에 저도 모르게 심취되어 속으로 꺅꺅거리고 있던 코가는 레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듯 헛!하고 제가 들고 있던 밥그릇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3인분은 거뜬해 보이는 양이다.


 이정도야 주걱으로 덜어내면 될 일이건만 레이에게 지적당한 게 부끄러워져서 코가는 "너 먹으라고 푸는 거 아니거든!? 이건 내가 다 먹을 거니까!"하곤 호기롭게 밥그릇을 들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코가의 낱빛이 푸르게 변한다. 이, 이걸 내가 다 먹을 수 있을까..? 안그래도 오후에 빵을 먹고 와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던 코가는 이걸 다 먹었다간 분명 배탈이 날 게 뻔하다고 생각했지만 당당하게 레이에게 당당하게 선언해 놓고 쉽게 무르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 코가는 잠시동안 제 위장과 자존심 둘 사이를 저울질 하다가 결국엔 자존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게 너무 많을 거라고 했는데.."


 끙끙거리며 쇼파에 누워있는 코가의 배 위에 담요 하나를 덮어준 레이가 혀를 쯧 찼다. 먹기 힘들면 버리면 된다고 레이가 몇 번이나 말했어도 결국 배짱을 부려 밥을 다 먹고야만 코가는 얼마안가 레이의 앞에서 복통을 호소하며 눈물을 보이는 추태를 보여야만 했다. 좀 전에 소화제를 먹어 어느정도 괜찮아지긴 했지만, 아직 조금만 움직여도 배가 살살 쓰라려와서 코가는 꼼짝없이 쇼파에 누운 채로 본의아니게 레이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물이라도 좀 가져다 줄까?"


 걱정이 듬뿍 담긴 손길로 레이가 코가의 이마를 살살 쓸어주자 코가는 감동의 눈물이 퐁퐁 솟아오르려는 것을 겨우 참고 "됐거든!"하고 입술을 삐죽였다. 아. 사쿠마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다니! 정말이지 죽음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죄송해요 사쿠마님! 신경쓰이는 일도 많으실텐데 괜히 이렇게 저까지 짐이 되어버려서! 그, 그치만 사쿠마님의 손, 왠지 차가워서 기분이 좋달까.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달까. 부, 불순한 생각을 해서 죄송합니다 사쿠마님! 그, 그치만 시간이 이렇게 멈춰버렸으면 좋겠어요!  


 사쿠마님의 쓰다듬을 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매일 밥 100공기도 먹을 수 있다고 코가는 다짐했다. 하지만 그 행복한 시간도 잠시. 갑자기 띵동- 집 안을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레이가 코가의 이마를 쓸던 행동을 멈추곤 쇼파에서 일어서자 코가는 '대체 어느 놈이 이 좋은 시간을 방해한거냐?! 엉?'하는 불량한 마음이 되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일어나 사쿠마님과의 시간을 방해한 불청객의 멱살이라도 쥐여주고 싶은데, 현실은 조금만 움직여도 배가 뒤틀린 듯 아플 뿐이다. 


 크으. 분하다. 코가는 주먹을 쥐곤 애꿎은 허공을 향해 주먹질 했다. 이내 레이가 현관문을 열어주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즈막한 저음의 목소리가 "오랜만이군 사쿠마."하곤 레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뭐야 네녀석! 사쿠마님을 사쿠마라고 부르다니! 정신이 있는거냐! 하나부터 열까지 그 정신머리를 싹 다 고쳐줄까? 엉? 일개 인간주제에 사쿠마님을 성으로 막 불러!? 엉?! 


 저는 레이를 '네 녀석'이라고 부르는 주제에 남이 레이를 '사쿠마'라고 부르는 것은 절대로 참을 수 없겠던지 코가가 이를 부득 갈았다. 곧 두 사람이 거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안가 코가는 '불청객'이라고 마음 속에서 단정 지어버린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단정하면서 어딘지 날카로운 인상의 안경미남이다. 물론 사쿠마님 얼빠를 스스로 자처하는 코가의 성에는 도저히 차지 않았지만.  


 "저건 뭐지."


 상대는 한 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쇼파에 누워 저를 노려보는 코가를 '저것' 이라고 칭했다. 


 "아아-. 요새 키우고 있는 멍멍이."

 "누가 멍멍이냐! 네 녀석! 죽여버리겠어!"

 "하여간 악취미군."

 

 뭐야! 네 녀석! 무시하는 거냐! 내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당장에 너같은건!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것 같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코가가 안경미남을 쏘아보았다지만 상대는 코가에겐 별 흥미가 없는 지 안경받침대를 한 번 들었다 내리더니 이내 코가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대체 저 녀석은 누구예요 사쿠마님! 누군데 사쿠마님을 그렇게 함부로 불러도 가만히 놔두시는거예요! 누군데 이 저녁에 남의 집에 불쑥 쳐들어 오는 건데요! 그 녀석 완전 수상해요 사쿠마님! 가까이 하지 마세요! 분명 사쿠마님에게 흑심 품고있는 거라구요!




  




*와 ^ㅇ^)/ 이번에 레이코가 이벤트가 아주 거~하게 터졌더라구요 ㅠㅠ 흑흑 감동의 눈물 30만리터 흘리고 있는 중입니다. 안그래도 레이코가 쓰느라 뽕이 가득 차있었는데,ㅠㅠㅠㅠ 흑흑 ㅠㅠㅠㅠ 코가 너무 귀엽지않나요,,,

맞다,, 오늘도 오타같은 건 훑어보지 않았으므로,,, 오타나 어색한 부분이이ㅏㅆ으면,,, 둥글게 넘어가주세요 히히,,, 수정은 회지로 낼때 한꺼번에 할 예정입니다 ㅠㅠ


이 글은 2월에 열리게 될 유성대&언데드 온리전에 회지로 낼 예정입니다 ^__^)/ 일정 부분까지 웹연재를 하다가 내용추가+수정해서 회지로 낼 예정이니 관심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