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코가] 옆집 사는 사쿠마님 02
*BGM과 함께 읽어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사쿠마님이 왜 내 옆에 있어. 꿈인가. 아직도 술에 취해서 꿈꾸는 중인건가. 코가는 믿기 힘들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양 뺨을 찰지게 촵촵 내리친다. 볼이 띵띵 부을 정도로 내리친 코가는 아픈 거 보니까 꿈은 아닌 것 같은데... 하고 다시 제 옆에서 눈감고 있는 사쿠마 레이를 내려다본다. 그, 근데 왜 사쿠마님이 여기있냐고! 어떻게 생각해봐도 절대 말이 안되잖아! 트루먼쇼같은 거냐고! 코가는 상황을 파악해보기 위해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러니까, 나루카미녀석을 만난 것 까지는 기억이 나. 둘이 같이 바에 간 것 까지도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는 너무 마셔대서 필름이 끊겨버린 것 같단 말이지.. 그치만 어떻게 사쿠마님이랑 만난.. 호, 혹시 그냥 닮은 사람인가! 그래, 닮은 사람일 수도 있지! 물론 사쿠마님을 아무리 따라하려 해봤자 다른 놈들은 우리 사쿠마님 발 끝 하나도 못 쫓아가겠지만 말이야! 사쿠마님은 너무 멋진 분이니까 그 분의 겉모습만 대충 따라하고 다니는 잔챙이들도 종종 있을테지. 암 그래!
"으음.."
코가가 한참 '사쿠마님 따라쟁이썰'을 마음 속으로 밀고 있을 때, 레이는 몸을 뒤척이더니 이내 서서히 한 쪽 눈을 뜨며 기상했다. 코가와 레이의 시선이 마주친다. 아직 잠에 취해있는 모양인지 레이는 낮게 잠긴 목소리로 "일어난거야?"라고 묻곤, 인형을 껴안듯 두 팔로 코가의 허리를 붙잡아 다시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잠에 빠진다.
"저, 저기...요..."
어떻게 목소리까지 사쿠마님이랑 이렇게 비, 비슷하지..? 얼굴도 되게 똑같은데.. 아, 아무리 따라하는 거라 그래도 이정도까지 따라하는 건 힘들.. 겠지? 그, 그럼 진짜 사쿠마님이라는 게 되어버리는데 그러니까 어째서 사, 사쿠마님이랑 내, 내가 한 침대에서.. 호, 혹시 무,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건 아니겠지?
코가는 급히 이불을 들어 제 옷의 존재유무를 확인한다. 다행히도 어제 입고 있던 그대로 옷은 코가의 몸에 잘 입혀져 있다. 일단 그렇고 그런 최악의 상황까진 벌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코가는 안심했다는 듯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저기 좀 일어나보.."
"쉿."
저를 깨우려드는 코가의 목소리가 방해된다는 듯 레이는 코가의 배를 살살 쓸며 조용할 것을 경고했다. 고막에 상당히 위협적인 그 목소리에 순간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코가는 그렇게 두어시간을 더 침대에 불편하게 앉아, 사쿠마 레이가 완전히 잠에서 깰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다, 당신이 진짜 사쿠마 레이라고?"
무례라는 것도 잊으며 코가는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레이를 향해 검지로 삿대질 했다. 혹시나 싶어 본인에게 물어보니, 본인마저 자신이 사쿠마 레이가 맞단다. 하루 아침에 '초인기스타와 일개 팬'사이에서 '옆집 이웃관계'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 코가와 레이의 관계를, 아직도 코가는 실감하기 어려운 지 입만 벙글거리다 이내 "흥. 뭐.. 내가 다, 당신 이름정도 알아주는 걸 고맙게 생각하라고!" 라는 톡쏘는 대사를 뱉는다.
아, 아니! 이게 아니야 오오가미 코가! 사쿠마님한테 얼른 싸인해달라고 말하란 말이야! 완전 팬이라고 말한 뒤에 집에 있는 CD에 싸인 받아도 되냐고 물어보라고! 뭐, 뭐하는거야 오오가미! 얼른 손 깨끗히 씻고와서 악수 한번만 해도 되냐고 물어보란 말이다! 으아아! 오오가미!
"아. '이름'정도만 아는건가. 나를?"
"당신같이 계집애들한테 아양만 부리는 가수같은 건, 내가 이름정도만 알아줘도 과분하지 않아? 흥!"
아니예요 사쿠마님. 제가 진짜 사쿠마님 엄청 팬이라 사쿠마님 혈액형이랑 이상형이랑 가족관계같은 거 다 알고 있거든요? 제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믿지 말아주세요 사쿠마님! 제발.. 아. 주둥아리야 좀 가만히 좀 있어! 제발!
"그래? 안타깝네. 너같이 귀여운 애가 내 팬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모두가 다 자기 팬이라고 생각하다니. 자의식과잉인거네 그거."
사쿠마님이 나보고 귀엽다고 해줬어. 다들 들었냐고? 사쿠마님이 나한테 귀엽다고.. 귀엽다고.. 아 오오가미 코가 살아있길 잘했다. 살아서 사쿠마님과 이렇게 대화도 해보고.. 사쿠마님한테 귀엽다는 소리도 들어보고.. 크흑. 근데 왜 이 놈의 주둥아리는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계속 사쿠마님한테 이상한 소리만 나불거리고 있는거냐! 진짜 누가 입 좀 꼬매줬으면 좋겠다. 제발..
생각과 입이 따로놀자 코가가 점점 울상을 짓는다. 그 모습이 꽤나 광경이라 레이는 쿡쿡 작게 웃어댄다. 어제는 은퇴하지 말라니, 가면 화낼거느니 뭐니 해댔으면서 오늘은 자의식 과잉라느니 아양만 부리는 가수라느니, 정말이지 심한 말만 해대네. 부끄러움이 많은 타입인가. 그냥 솔직하게 팬이라고 말하면 될 것을. 정말이지 새롭고 신선한 반응이네.
"점심이라도 먹고 가겠어?"
"누, 누가 네 녀석이 주는 거 먹을까보냐!"
"토스트라도 괜찮지?"
사쿠마님이 만들어주시는 거예요? 완전 감동이에요. 진짜. 저 꼭 먹어보고 싶어요! 사쿠마님이 주시는 거라면 풀이라도 맛있게 씹어먹을거예요 저! 아. 사쿠마님이랑 점심이라니. 이제 팬싸인회 당첨 같은 거 부럽지 않아. 진짜로. 사쿠마님 너무 잘생겼어요. 진짜 너무 다정해요. 사쿠마님 진짜 최고예요. 짱짱.
... 아, 아니 아무리 사쿠마님이 주시는 거라면 풀이라도 달게 먹겠다곤 하긴 했지만.. 코가는 제 앞에 놓여있는 다 탄 잿더미를 바라보며 눈썹을 씰룩였다. 일단 그릇에 담겨있긴 한데.. 잿더미..아닌가 이거. 먹어도 되는거지? 죽진 않는거지? 분명 계란후라이를 했던 것 같은데 어째서 계란후라이가 이렇게 까만거야..?
"음. 아무래도 요리는 좀 서툴러서."
코가가 그릇에 담긴 다 탄 토스트를 먹지않고 빤히 바라만 보고있자, 레이는 머쓱했는지 말을 덧붙인다.
"하? 이건 그냥 서툰 정도가 아니잖아!? 사람 하나 죽일 셈이냐! 잘도 이런 거 먹어오면서 살았네 너! 먹지말고 이리 내! 다시 만들어 줄테니까!"
코가는 막무가내로 레이 앞에 놓여있던 그릇을 제 쪽으로 뺏어 놓곤, 일어나 가스레인지 앞으로 향했다. 얼마안가 능숙하게 토스트 두개를 구워 낸 코가는, 레이가 만들었던 토스트라는 이름의 잿더미를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 넣어버리곤 제가 만든 토스트를 그 그릇위에 다시 얹었다.
"오오. 이거 꽤 맛있겠네. 내가 만든 것보다 한층 훌륭하군."
"당연하지! 그런 음식물 쓰레기랑 비교하지 말라고? 내 음식에 대한 모욕이다!"
사쿠마님이 만드신 창작물을 모욕하다니! 오오가미 코가 죽어라! 사쿠마님이 먹다 버리신 나무젓가락마저 마스터피스가 되는 것임을! 오오가미 네 놈 진짜 더이상 사쿠마님을 모욕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거야! 근데 내가 날 가만두지 않으면 그건 어떻게 되는거지..흠..
코가가 쓸데없는 생각으로 잠시 고민하고 있는 사이 레이는 맛있다는 듯 토스트 하나를 금방 비우며, 바라보고만 있어도 안구가 정화되는 미소와 함께 코가에게 말을 걸었다.
"이렇게 입맛에 맞는 음식 먹어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너 나한테 요리해주지 않을래?"
"무, 무슨소리야! 대, 대학생이 그렇게 한가해보여? 삼십만엔 내라!"
야! 오오가미! 사쿠마님이 네 음식 솜씨가 맘에 드신다잖아!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다 해드려도 모자랄 판에 뭐 삼십만엔? 죽어라! 진짜 사쿠마님한테 미움받기로 작정을 한거냐! 얼른 지금이라도 매일 삼시세끼 진수성찬 차려드리겠다고 말해! 너따위가 사쿠마님을 위해 할 줄 아는 게 얼마나 되겠다고! 그걸 거절해! 야! 얼른 하겠다고 해!
"삼십만엔? 그정도면 되는건가?"
레이는 정말 그정도면 되겠냐며 지갑에 있던 십만엔 세장을 꺼내 코가에게 건넸다. 너무 적은 게 아니냐며 십만엔권 몇장을 더 꺼내려는 레이의 행동에 코가는 기겁을 하며 "돈 많은 건 니 친구들한테나 자랑하라고!"하곤 레이를 말렸다.
미쳤지 오오가미! 사쿠마님께 돈을 드려도 모자랄 판에 감히 니가 사쿠마님께 돈을 삥뜯어!?
"그럼 저녁 기대할게-. 멍멍아."
"언제부터 내 별명이 멍멍이가 된거야! 죽여버린다 너!"
현관까지 레이의 마중을 받고, 레이의 집을 나온 코가는 나름 침착한 표정으로 제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래. 지금까지 이 상황을 정리해보자. 그러니까 사쿠마님이 우리 옆 집으로 이사오셨고, 나는 삼십만엔으로 사쿠마님께 고용된거네. 음. 뭐. 여기까진 평범하군....일리가 없잖아? 사쿠마님이 옆 집으로 이사오셨다고? 게다가 나는 사쿠마님한테 네녀석이라고 하질 않나 죽여버리겠다고 하질 않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잔뜩 해버렸다고? 당장 사쿠마님에게 미움 받아도 할 말이 없어!
으아아. 진짜 진짜 내 성격 너무 싫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솔직하지 못한거냐고! 그치만, 그치만 사쿠마님만 보면 긴장되고 또 긴장되서, 하고 싶은 말이 목구녕으로 안나가버리니까! 이게 다 사쿠마님이 잘생긴 탓이야! 으아아. 무슨 소리야 오오가미! 왜 사쿠마님 탓으로 돌리는 건데! 사쿠마님은 잘못 없어! 내가 나빠! 진짜 이런 성격 좀 고치고 싶다!
코가가 양 손으로 머리채를 쥐여뜯으며 다람쥐 챗바퀴 돌 듯 거실을 뛰어다니고 있으려니, 쇼파 아래서 가만히 웅크려 앉아있던 레온이 '저 주인이 뭘 잘못 먹고왔나'하는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코가는 레온의 그런 생각을 알아차릴 리 없었지만 말이다.
*아이고 글이 정말 시끄럽네요 아이고 시끄럽다...
마치 트위터를 하는 느낌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아이고 시끄러..
저녁에 급히 날려 쓴 글이라 오타를 확인안햇습니다,, 알려주시면 나중에 고치겟습니다,,
개인적으로 러블리즈 -지금 우리, 라는 노래의 가사가 지금 코가 상황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헤헤,, 한번 들어주셨음 좋겠습니다,, 얘네 어떻게 될까요 ㅎㅎ
사실 온리전 붙으면 회지로 내려하던 내용인데,,, 붙었음 좋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