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코가] 옆집 사는 사쿠마님 01
*BGM과 함께 읽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늦은 밤. 인적이 드문 시내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꽤나 손님들로 북적북적한 어느 바의 카운터자리. 카운터의 가장 구석 자리에 앉아 아까부터 독한 술만 잔뜩 들이키고 있는 것은 이제 갓 소년 티를 벗어난 대학교 이학년의 오오가미 코가, 그리고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아까부터 코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있는 인물은 같은 대학에 다니는 나루카미 아라시이다.
무슨 속상한 일이라도 있는 지 아까부터 연신 입에 데낄라만 들이 붓는 코가의 술잔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번번히 실패한 아라시는 결국엔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쉬며 코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힘내. 코가군. 세상에 연예인이 사쿠마 레이만 있는 게 아니잖아-."
"니가 뭘아롸-! 사쿠마 레이님은 나항테는 인생이엿쒀-!"
술에 쩔어 잔뜩 꼬인 발음으로도 어떻게든 사쿠마 레이라는 이름만은 정확히 발음하는 코가의 대단한 덕력에 아라시는 속으로 감탄을 기했다. 사쿠마 레이가 죽은 것도 아니고 그냥 연예계 은퇴선언을 한 것 뿐인데 이렇게까지 슬플까- 싶으면서도 주변인들에게 마음을 잘 붙이지 못하는 코가에게, 연예인이긴해도 마음을 줬던 상대가 얼마나 각별한 존재였는지 대충 짐작이 갈 것 같아서 아라시는 잠시동안 말 없이 코가의 등만 슥슥 쓸어줄 뿐이었다.
"징쨔 좋아했는데. 완전 동경했는데…"
평소에 남 앞에서 드센 모습만 보여줬던 코가가 갑자기 코를 훌쩍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자 당황한 아라시가 급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가의 눈꼬리에 맺힌 눈망울을 콕콕 찍어 닦아주었다.
"알지. 코가쨩이 얼마나 사쿠마 레이를 좋아했는지."
전혀 접점 없어 보이는 아라시와 코가가 친해지게 된 계기도 알고보면 사쿠마 레이때문이지 않는가. 언제였더라. 강의실에서 패션잡지에 실린 사쿠마 레이의 사진을 보며 '사쿠마 레이는 진짜 잘생겼네-'하고 아라시가 혼잣말 했을 뿐인데 '네 놈! 사쿠마님 팬이냐?'하고 먼저 말 걸어왔던 것은 코가다. 그다지 그의 팬은 아니었지만 제 멋대로 아라시를 사쿠마 레이의 팬으로 단정짓고 사쿠마 레이에 대해 이것저것 떠벌리던 코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할 지경이다.
"완전 멋있따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귀걸이두 사쿠마님이 하고 나오셨던 거라서 알바로 돈 모아서 샀던건데.."
"응응. 그래. 귀걸이 잘어울리네 코가쨩."
"사쿠마님!!"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쿠마의 이름을 복창하는 코가때문에 순식간에 바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코가에게로 쏠린다. 가만히 나두면 정말로 사쿠마 레이 찬양곡이라도 만들어 부를 것 같은 코가의 행태에, 급히 손으로 코가의 입을 틀어막으며 아라시가 주변사람들에게 작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지..아라시의 노고를 아는 지 모르는 지 코가는 이빨로 아라시의 손바닥을 깨물려 들어 슬슬 아라시의 인내심을 건드려왔다.
"코가쨩!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응? 아무리 이 언니라도 이런 건 좀 케어하기 힘들다고?!"
아라시가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사정사정을 했지만 혼자 가겠다고 오만 고집부려 아라시를 떨쳐낸 코가는, 결국 아라시가 차선책으로 잡아준 택시를 타곤 집 앞까지 도착했다. 비틀비틀 흔들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현관 앞까지 걸어간 코가는 제 가방을 뒤져 현관문 열쇠를 찾아내려 들다가, 이내 오른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인기척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그 쪽으로 돌렸다. 코가와 눈이 마주친 상대는 가볍게 목례를 해온다.
옆 집 사람인가.. 옆 집 한동안 비어있었던 거 같은데.. 이사왔나.. 근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인데에.. 코가는 알코올때문에 잘 돌아가지도 않은 머리를 나름 열심히 굴려 저 사람을 어디서 봤더라- 하고 깊이 고민했다.
"누구였뜨라... 으음... 으으... 음... 아! 사쿠마님이쟈나?"
상대가 집에 들어가려던 행동을 멈추곤 코가를 빤히 쳐다본다. 코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쿠마님?"하고 다시 한 번 상대에게 물었다. 사쿠마님이 왜 여기에 있지. 우리 사쿠마님 연예인이라 바쁜데.. 아. 근데 우리 사쿠마님 이제 연예인 안한댔지... 우리 사쿠마님 은퇴선언했잖아. 사쿠마님이 은퇴.. 은퇴.. 사쿠마님이... 우리 잘생기고 멋진 사쿠마님이..
"사쿠마님 은퇴하지 마요-. 흐으윽.."
다시금 생각난 사쿠마 레이의 은퇴소식에 또 다시 서러워진 코가는 이 곳이 주택가라는 것도 잊고 목 놓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우리 사쿠마님 못 보면 나 진짜 죽을 거 같은데. 진짜. 내가 사쿠마님 CD도 열심히 모았는데.. 사쿠마님 나오는 예능도 열심히 다 챙겨봤는데.. 팬싸도 당첨돼보고 싶었는데... 팬싸도 못 가보고 이렇게 ... 흐으윽.. 진짜... 팬싸.. 사쿠마님...
"가지마세요 사쿠마님! 흐어어어엉."
갑작스레 제 이름을 외치며 저에게 달려오는 코가를 피하기 위해 레이가 조금 뒤로 물러섰지만, 어느새 코가는 레이의 바로 앞까지 달려와 레이의 허리를 양팔로 꼭 붙잡고 가지말라며 애걸복걸 해댔다.
하필이면 새로 이사온 곳의 옆 집 사람이 내 극성팬이었을 줄이야. 레이는 이걸 어찌해야하나-싶어 제 허리에 메달려있는 코가의 정수리를 잠시동안 말 없이 내려다 보았다. 자신보단 조금 어려보이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꽤나 선이 굵어 제법 남자답게 생겼다. 늑대가 생각나는 얼굴이면서도 어쩐지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강아지가 생각나는 귀여운 얼굴상이기도 하다.
무슨 속상한 일이 있어서 이렇게 온 몸에서 술냄새가 진동을 할 때 까지 마셔댄건진 모르겠지만, 뭐 그래도 술주정마저 나름 귀엽다. 젊어서 그런가. 코가와 별로 나이차이도 나지 않는 주제에 역시 젊음이란 좋은거라며 작게 웃던 레이는 대형견에게 하듯 코가의 뒤통수를 어루만져주었다.
"엄청 취한 것 같은데.. 이만 집에 들어가는 게 좋지 않겠어?"
"싫어요! 사쿠마님이 은퇴 안 한다고 할 때까지 집에 안 들어갈거야! 안 떨어질거야! 은퇴하지 마세요 사쿠마님-!"
레이가 이만 집에 들어 갈 것을 권하자 코가는 싫다며 레이의 허리에 두른 팔에 더욱 힘을 싣는다. 꽤 고집불통인 멍멍이인 모양이군. 레이는 나즈막히 한숨을 쉬며 "그럼 일단 우리집이라도 갈래?"하고 코가에게 묻는다. 그렇지만 뇌까지 술에 쩔어 레이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모양인지 코가는 계속 '사쿠마님 은퇴하지마세요!'를 외치고 있을 뿐이라, 레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길바닥에 거의 무릎 꿇고 있다시피한 코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려 제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참.. 이사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집에 낯선 사람을 들일 줄 이야. 인생사 참 예측하기 어렵다고 허탈하게 웃으며 레이는 집에 단 하나뿐인 침대에다가 코가를 바로 눕혔다. 좀 전까지 사쿠마님 어쩌고하며 질질짜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침대에 내려놓자마자 코가는 아기천사마냥 금방 새근새근 잠에 빠져 버린다.
그래도 잘 때만큼은 얌전하네. 코가에게 이불을 덮어주곤, 자신은 거실에 있는 쇼파에서 자야겠다며 방을 빠져나가려던 레이는 이내 뒤에서 제 옷깃을 턱- 붙잡아 오는 손길 때문에 가던 걸음을 멈춰 세워야만 했다.
"무슨 불편한 거라도..?"
또 무슨 일이지. 레이가 고개를 돌려 코가를 바라보니, 코가는 침대에서 반쯤 일어 난 채 다시 또 훌쩍이고 있다. 이거 원.. 저렇게 사내놈이 눈물이 많아서야.
"무슨 불편한 거라도..?"
"가지마세요 사쿠마님-.. 진짜 제가 엄-청 좋아한단 말이에요.. 진짜 나 사쿠마님 앨범도 다 모았는데.. 진짜 이 귀걸이도 사쿠마님이 한 거라서 산건데... 사쿠마님 너무 멋진데 진짜.. 진짜.. 완전 내 롤모델인데.."
횡설수설 이것저것 말을 늘어놓던 코가는 결국 서러움에 복받쳤는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대기 시작한다. 졸지에 제가 괜히 어린아이를 울려버린 나쁜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 레이는 "알겠어. 옆에 있을게."하곤 결국 코가의 옆에 누워 갓난쟁이에게 하듯 그의 가슴팍을 다독였다.
"어디 가지마세요. 사쿠마님. 진짜.. 가면 나 화낼거야.."
놓지 않겠다는 듯 레이의 손을 꽉 움켜 준 코가는 얼마안가 그렇게 다시 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간만에 꽤나 재밌는 것과 엮여버린 모양이구만. 코가의 단정한 얼굴을 조용히 감상하던 레이는 작게 미소지었다.
여긴 어디지.. 처음보는 천장의 벽지무늬에 미간을 구기며 코가가 서서히 상체를 일으켰다. 어제, 분명 사쿠마님의 은퇴소식을 듣고 너무 속상한 나머지 나루카미자식이랑 술 먹었던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럼 이 곳은 나루카미네 집인가?
주변을 슥슥 둘러보던 코가는 뒤늦게 제 옆에 누군가 누워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검은 머리..? 나루카미자식은 검은 머리가 아닌데.. 제 쪽으로 등을 돌리고 자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확실하게 보기 위해 코가는 스윽- 허리를 숙여 상대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어... 어...? 이.. 이사람은...
"사... 사쿠마...."
님..?
*아무래도 레이의 ~쟈누 말투는 글연성에서 쓰긴 조금 힘든 말투인 것 같아서,,,
제 멋대로 약간 각색했습니다,,,죄송합니다,,,흐윽,, 레이짱짱팬 코가가 보고싶엇는데 쓸땐 재밋을 줄 알앗는데 재미없군요,,,죄송합니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2편은 ,,,,요청이 있으면 써보겠습니다,,